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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권 1[卷之一]

순상께 올리는 글[上巡相]

한미한 출신으로 벼슬길에 올라 외람스럽게도 보살피심을 받았습니다.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려 했으나, 재능이 없어 한스럽습니다. 다만 평소에 쌓은 것이 선비는 오직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해서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방금 12월 11일 영을 받든 이래 밤낮으로 생각을 하였는데, 미련하지만 감히 정성을 다하여 비적을 힘써 토벌하겠습니다. 그러나 단지 비적을 토벌하는 방도로 뿌리를 제거하는 것으로 하지 않으면, 반드시 덩굴이 퍼지는 것을 막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비적들의 뿌리는 바로 최법헌(崔法軒, 崔時亨)입니다. 최시형을 잡는 방법은 단지 오랑캐를 이용하여 오랑캐를 치는 방법 뿐입니다.
그래서 진잠(鎭岑)에 도착한 후부터 여러 가지로 기회를 만들어서, 이른바 비괴들의 삼남도대장(三南都大將)인 박만종(朴萬宗)을 잡아들였습니다. 그의 죄상을 살펴보면 곧바로 군율을 시행해야 하지만, 단지 박만종 한 사람만을 죽이게 되면 이는 한 명의 우두머리를 죽이는 것일 뿐입니다. 만일 박만종을 살려 둔다면 비단 최시형을 잡는 것 뿐 아니라, 호서의 여러 우두머리들이 모두 이 놈의 수중에 있게 됩니다. 그래서 은혜와 위엄을 베풀고 허심탄회하게 허락하면 귀화하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길 것입니다. 그러면 박만종은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은혜에 감동할 것이며, 갑자기 깨달아서 앞장서서 최시형을 잡고 수많은 우두머리를 섬멸하는 대책을 아뢸 것입니다. 원컨대 박만종이 공을 세웠을 때 죄를 용서해주시기를 진심어린 마음으로 간절히 비옵니다.
근래 흩어져 있는 여러 우두머리들은 암혈에 있지 않고 깊은 산 속 수풀이 우거진 외딴 곳에 있습니다. 만일 관군과 일반인을 보면, 더욱 깊은 곳으로 피하여 그들을 염탐할 수 없습니다.
지금 박만종의 사람됨을 보면, 기밀을 잘 지켜서 일찍이 비당(匪黨)들이 마음으로 복종하였으므로 당연히 비당들이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적을 공격하여 체포하더라도 만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니, 잠시 그가 원하는 바를 허락하여 이후의 형세를 살펴보고, 만일 효과가 없으면 죽여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그의 형을 옥에 가두어서 인질로 삼고 그에게 군관의 직을 주었는데, 뜻하지 않게 어제 저녁에 적을 탐문하러 돌아가다가 오히려 영교(營校)에게 붙잡혔습니다. 박만종이 자신의 뜻을 펼 수 없을 뿐 아니라, 죄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스스로 생각하여 기회를 타서 도망하였으므로, 밤을 잊고 그를 쫓아 잡아서 진중(陣中)에 엄중하게 가두었습니다.
이에 다시 번잡하게 말씀드리는 것은 박만종을 살리기 위한 계책을 펴려는 것이 아닙니다. 굳게 약속컨대 한마음으로 국가를 위하여 적을 제거하는 것은 또한 합하(閤下)를 위하여 은혜를 갚는 것이며, 이와 같이 박만종에게 계책을 쓰는 것은 적의 우두머리들을 모두 섬멸하기 위한 방법일 뿐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재주가 없지만 만일 실효가 없으면 먼저 죄를 받을 것입니다. 이는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처분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잠시 박만종을 가두어 놓고 그의 형을 잡아 올립니다. 또한 삼가 생각건대 만일 그의 형을 죽인다면, 이 계책은 어긋나게 될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참작하여 처결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깊이 살펴주시는 은택을 입었으니, 감히 죽음을 무릅쓰고 아뢰는 바입니다.

주석
삼남도대장(三南都大將)인 박만종(朴萬宗) 공식 직함이 아니라 1894년 11월 공주전투 이후 충청도 내륙의 잔여 농민군이 분산적으로 활동하면서 진잠일대에서 임의로 붙인 직함인 듯하다. 박만종도 진잠일대의 농민군 지도자로 보인다.
합하(閤下) 정 1품의 벼슬아치를 높여 부르던 것으로,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에게 쓰던 존칭어이다. 정승들이 집무하는 곳의 다락문을 황합(黃閤) 혹은 황각(黃閣)이라고 부르는 데서 따온 말이다. 여기에서는 순상(巡相) 즉 순찰사(巡察使)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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