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에 올리는 글[上巡營]
그저께 박만종의 일로 글을 올렸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마땅히 살펴 주시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그러나 거듭 일의 형세를 말씀드리면, 그는 용서받기 힘든 큰 죄를 지어 이미 안렴(按廉)하는 가운데에 들어가 있어서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 그의 형이 잡혀서 죽을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의 가산이 이미 적몰되어 살아갈 길이 없습니다. 그의 마음이 크게 변하면, 계포(季布)가 남월(南越)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번에 친 그물을 재차 벗어나게 되면 최시형의 동학당에게 다시 더해주는 형세가 될 것이니, 처음에는 박만종의 죄를 늦추어 줌으로써 최시형을 잡으려는 계책이었습니다.
지금 듣건대 최시형이 청산에 있는 무리들보다 억세다고 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박만종 한 명만을 잡아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이 진실로 이와 같게 되면, 계책 또한 어긋나게 됩니다. 이미 국가의 법이 있는데, 한 가닥의 모진 목숨이 도망하게 하겠습니까? 또한 오랫동안 진잠(鎭岑)에 주둔하여 여론을 잘 살펴보니, 모두가 “죽여야 옳다”라고 말합니다. 조금도 그의 죄를 용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빨리 그를 사형에 처하지 않으면 멀리 떨어진 땅에 있는 완고한 풍속은 이전의 과오를 뉘우쳐서 삼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박만종을 격식을 갖추어 체포하여 올리며 처분해주시기를 기다립니다.
또한 지금의 적들의 세력을 보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분한 마음이 불끈 솟아납니다. 진잠(鎭岑), 연산(連山), 회덕(懷德) 등과 같은 읍은 감영과 멀지 않고, 또한 초토사(招討使), 소모관(召募官)이 위로하고 어루만져 주어 병정과 교졸배들이 추적하여 체포하였습니다. 그러나 완고한 저들 남은 무리들은 아직도 미혹하여 깨닫지 못하여 흉괴와 함께 마음이 맞아서 혹 안에서 응하고 밖에서 도와주는 자도 있으며, 또한 세작(細作)이 있어서 간첩행위를 하는 자도 있습니다. 심지어 한 밤에 맑은 물을 떠놓고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백리까지 끊이질 않습니다. 청산(靑山)에서 기포(起包)하였다는 기별을 서로 연락하여 도둑들이 출몰하는 근심이 당장 눈앞에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을 시켜 조사하여 알아보니, 연산(連山)의 흉도들이 수령의 자리가 비어 있음을 잘 알고서, 그의 무리들을 불러 모아 연산현의 대산(岱山)의 뒷 봉우리에 있는 암굴로 된 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화를 일으키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곧바로 그들을 쳐서 제거하지 않으면, 뻗어나가 반드시 도모하기 힘들게 될 것입니다. 진잠에 잠복해 있는 자들과 형세상 반드시 서로 연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때문에 오랫동안 머물러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습니다만, 처분을 어떻게 내리실지 모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