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에 올리는 글[上巡營]
방금 진잠에 도착하여 백방으로 두루 살펴보았어도 아직 깊이 살펴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나온 큰 길가에 있는 마을들은 쓸쓸하고 고요하여 눈으로 보기에도 매우 비참하여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습니다. 그리고 더욱 민망스러운 것은 먼 곳에 있는 백성들이 여러 차례 비류(匪類)들에게 환난을 당하여 오랫동안 도탄에 빠질 지경입니다. 때마침 나라의 운명이 다행스럽게도 2명의 적한이 잡혀, 백성들이 안도할 수 있게 되었고 마을들이 바야흐로 복고될 길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한결같이 난리를 겪은 후에, 마음은 마치 활에 다친 새와 같고 검은 옷을 입은 병정을 본 것과 같습니다. 다만 아무 근거도 없이 헛되이 겁을 먹어 머리를 감싸 안고 쥐구멍을 찾 듯이 몰래 숨어서 오히려 두려워서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 저들 어리석기 쉬운 것은 민정(民情)입니다. 영을 받든 이후부터 지나가는 자들을 보면 세워서 효유(曉喩)하였으며, 큰 마을을 보면 가서 위무(慰撫)하였습니다. 그들이 편히 살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준비하되, 다만 재주와 지혜가 모자란 것이 한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