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에 올리는 글[上巡營]
어제 이(李) 참모를 옥천(沃川) 등지에 보내어 적들의 기미를 살펴보게 하였습니다. 오늘 저물어서야 돌아와서 사정을 자세히 들었는데, 비도들이 크게 무리를 지어 먼저 무주현(茂朱縣)을 함락시켰고, 또 황간(黃澗)의 수석(水石) 이(李) 판서의 집에 침입하여 노비 2명을 죽였으며, 지금은 영동(永同)의 용산(龍山)에 있고 그 수가 1만을 넘는다고 합니다. 또 오늘 아침 일찍 비도 200여 명이 민간에서 노략질을 하고 곧바로 영동으로 향하였다고 합니다. 일의 형세를 살펴보건대, 남쪽의 비적(南賊)들은 이미 평정되었으니 마땅히 다시는 합치지 못하게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다시 창궐하여 읍성을 공격하여 함락하고, 군기를 빼앗아 이르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는 반드시 이들 적도의 우두머리들이 그 가운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일로 보면 마땅히 적에게 가서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여야 하지만, 병사가 적고 무기가 모자라기 때문에 적이 있는 곳을 향하여 가기 힘듭니다.
삼가 바라건대, 참작하여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남아 있는 이 현의 비도 무리들이 적들의 기별을 듣고 또다시 도적질할 우려가 있습니다. 매우 황송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