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에 올리는 글[上巡營]
삼가 연산현(連山縣)에 도착한 감결의 내용을 보니,“문소모관이 본현에 도착하여 표정(表井) 김영권(金永權)을 잡아 1,000금(金)의 돈을 받아냈으며, 또한 어느 곳인가에 사는 엄(嚴) 서기에게 100냥의 돈을 받아서 이미 금(金)으로 만들었다는 설이 있으나, 그에게는 죄가 없다. 그러니 곧바로 풀어주라”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이와 같은 정중한 명령을 받으니 황공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삼가 아뢰는 것은 이 세상에서 40여 년 동안 살아오면서 곤궁한 가운데에서도 단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충성과 의리는 돈에 더럽혀지지 않았습니다. 설령 제가 아주 어려움에 처해 있을지라도, 다만 평소에 쌓은 것은 선비는 오직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해 죽는다는 것만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돌보고 아껴 주신 후로 조금이라도 갚으려 한 것은 또한 한 조각의 마음속에서 나온 것일 뿐입니다. 어찌 털끝만큼이라도 기대에 어긋나려 했겠습니까?
지금 연산에 도착한 날에 표정 김영권을 잡아오니, 김영권은 김연기(金燕岐 )의 서자였습니다. 선정의 후예라면 외람되이 살아서 부끄러운 짓을 하는 것은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데, 또한 동비(東匪)의 접사(接司)가 되어 법을 어지럽히는 죄를 많이 지었습니다. 이미 그의 아버지에게 불효를 하였으며, 옛날에 지은 큰 죄가 이미 드러났습니다. 또한 평민들을 침범하고 포학하게 행동하여, 온 고을이 모두가 “죽여야 마땅하다”고 합니다. 또 힘이 매우 세서 감히 꺼리는 마음이 없으며, 그의 출신 집안이 매우 잘 알려져 있어서 스스로 믿는 세력이 있었습니다. 앞뒤로 법을 집행하는 관리들이 그의 죄악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단지 그의 세력이 매우 큰 것을 두려워하여 감히 원망을 하더라도 화를 내지는 못하였습니다. 다만 저는 우직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 몸을 돌보지 않고서 그를 잡겠다는 뜻을 굳게 세우고 그가 저지른 죄를 다 조사하였습니다. 어찌 조금이라도 붙어 남아 있는 목숨이라 해도 잠시도 용서하겠습니까? 그를 잡아들인 날 당장 총을 쏘아 죽여야 하는데, 겨를이 없어서 잠시 며칠 동안 목숨을 연장시킨 것은 다른 우두머리들을 모두 잡아들이기를 기다린 후 모두 쏘아 죽일 계획이었습니다. 어떠한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관찰사께 보고하여 돈을 조성하였다는 설에 대한 명령이 있었습니다. 과연 이는 옳은 일입니다. 어찌 감히 사실과 다르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당초에 체포할 때에 김영권은 자신의 죄를 알고 감히 죽을 죄에서 벗어날 계책을 내어 병정들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처음에는 2,000금이라 했다가, 또 줄여서 1,000금이라 했다가, 또 줄여서 600금이라 하는 등 스스로 줄여서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이랬다 저랬다 횡설수설하는 것이 들렸으므로, 병정들에게 엄하게 명령을 내려서 얼마 되지 않는 돈도 거두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전후 사실은 다만 이와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소모관이 바치도록 요구하였다는 헛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서기가 돈을 요구하였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한 마디는 한 마디보다도 더한 것입니다. 진(陣)에 모여 서로 따르는 자는 모두 하나같이 충성과 의리에서 나온 것인데 어찌 비적들의 주머니에서 강제로 빼앗아서 먹었겠습니까?
사실을 한 번 더 조사하였는데, 행군 중에 김연기와 서로 친한 자가 있었습니다. 김연기가 와서 그를 만났으며, 조(租) 120포(苞)를 진중(陣中)에 내겠으니 군수품으로 이용하고 대신에 아들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말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저의 뜻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김연기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이번 감결이 도착한 후에 감히 처음부터 끝까지 감추지 않고 그 일의 전말을 말씀드립니다. 아! 김연기가 술책을 부리고 기회를 마련하려 한 것은 씁쓸한 일입니다. 스스로 조(租)를 바치겠다고 말을 하고, 돈을 요구하였다는 이야기로 사람을 엮었으며, 가문을 망하게 한 못된 아들이 법에 따라 죽게 되자 모진 목숨을 살려 보려고 한 것입니다. 그의 마음의 자취를 살펴보면, 어찌 통탄스럽지 않겠습니까? 김영권은 이미 힘들게 잡았기 때문에 쉽게 풀어줄 수 없으며, 그가 원납하겠다는 곡물은 연산 백성들에게 진휼하여, 의롭지 못한 재물이지만 실질적인 혜택을 주었습니다.
고산에 있는 적도들의 세력이 날마다 커져서 장차 헤아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므로, 바야흐로 조방장(助防將)과 함께 군사를 합쳐서 곧바로 갈 것입니다.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할 말이 많지만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