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순무영에 올리는 글[上都巡撫營]
영을 받은 이래 서울에 며칠 머물면서 의사(義士) 26명을 불러 모았습니다. 이번 달(1월) 초2일 과천(果川)에서 출발하여, 남원으로 파견된 관리인 신좌희(申佐熙)와 함께 초7일 공주 부전(浮田)에 모두 모였습니다. 이미 남적(南賊)은 평정되었고 전봉준과 김개남과 같은 무리들은 모두 이미 참수되었으니, 실로 국가에는 큰 다행입니다. 이에 의병 일에서 손을 떼고 동산(東山)에 있는 헌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마치 죽을 때까지 평화로운 좋은 시대를 누리려고 하였습니다. 마침 청산(靑山)의 적이 다시 황건적의 무리들이 가진 뜻을 마음대로 부리자, 며칠 밤을 나아가서 적을 토멸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순영의 지시에, “진잠(鎭岑)은 동도(東道)들의 요충지이다. 이미 그곳을 지키지 못하여 금영(錦營)이 위험에 처하였다. 이곳 근처로 가서 진을 쳐서, 남은 무리들을 공격하라”라는 뜻으로 거듭 말씀하시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이에 오랫동안 쉬고 있던 군사들을 이끌고 호남과 호서의 접경에 머물러 주둔하였으며, 다행히 삼남 비류의 도대장(都大將)이라고 하는 자인 박만종(朴萬宗)과 최정범(崔正凡)의 무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범한 죄는 전봉준과 김개남과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입니다. 도적들이 금성(錦城)을 함락시키고 무기와 물건을 빼앗고 공주를 도륙하여 사람들을 죽였는데, 이 놈들이 우두머리 짓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곧바로 순영에 보고할 것이니, 모두 쏘아 죽여서 나라의 법이 정해져 있음을 보여주십시오.
아! 저들은 멀리 떨어진 지역의 어리석은 백성으로 아직도 귀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밤마다 주문을 외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곳곳에서 기포하는 소식을 서로 보내고 있습니다. 연산(連山)·고산(高山)·진산(珍山) 등과 같은 읍에서 더욱 도적질이 심합니다. 이는 호남과 호서의 요충지로서 수령이 연이어 자리에 없는 틈을 이용하여 전에 행하던 습속을 마음대로 부려 마침내는 걱정이 더욱 늘어나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형세로 살펴보건대 한시가 급한 일이었습니다. 이에 본영의 참모 이명상(李明翔)이 글을 써서 연산으로 급히 가게 하여, 기포한 자들을 공격하여 죽이도록 하고 귀화하는 자들을 효유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그 말에 의거하여 연산에 도착하여, 바야흐로 힘써 적을 잡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삼가 재주가 모자라고 뜻이 약하여 조그마한 공을 이루지 못하여 넓은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생각합니다. 삼가 황공하옵게도 감히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