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12월 12일 도사 조상희[甲午十二月十二日都事趙相熙]
삼가 추위가 남아 있는 계절에 몸이 수고롭고 건강을 해친 것은 아니십니까? 일행은 평온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까? 변변치 못한 제가 우러러 빕니다. 저는 그럭저럭 그대로 지내고 있습니다. 풍남(豊南)은 이미 은진(恩津)으로 떠났으며, 4,5일이면 돌아올 것 같습니다. 치한(致翰)과 동생께서는 말씀하신 대로 와서 머물고 있으며, 서울에서는 다만 편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가족을 이끌고 와서 회답이 오기만을 살피고 있습니다. 이번에 가는 친구인 김 아무개는 탑산(㙮山) 김씨로 청주의 큰 가문입니다. 저와 정이 깊은 사람이며, 또한 생각한 바가 있어서 이에 권하여 보냅니다. 모름지기 처음 보는 사람으로 대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청컨대 그가 말하는 것을 기미에 따라서 조종하면 또한 하나라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양해하시고 도모하심이 어떨까 합니다. 군관 유(劉) 모는 육가(陸哥)의 일로 의논하려고 도착한 자이니 돌아올 때 데리고 오심이 좋을 듯합니다. 그 후의 일은 조처할 계책이 있으니 모두 양해하여 도모하심이 어떨까 합니다. 내부의 사정은 유(劉)에게 자세히 들었습니다. 큰 계책은 작게 사용하여서는 안 될 것이니, 마땅히 깊이 생각하여 저절로 깨닫게 되어야 합니다. 풍남(豊南)을 권하여 보낸 것은 지금 먼저 재주를 시험하기 위한 계책입니다. 또한 몇 차례 입계(入啓)하도록 하여 크게 재주를 펼쳐서 일으켜 뿌리를 내리게 하려는 계책이니, 또한 마땅히 깊이 생각하여 저절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1894년 12월 12일
도사 조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