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12월 18일 민영기[甲午十二月十八日閔泳琦]
지난 밤 갑자기 시끄러운 가운데에 만나게 되어 위안이 되었습니다. 지금 또한 건강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어 위로가 됩니다. 공무로 괴롭고 어지러워서 공적인 일을 받드는 것에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깃발을 바로 잡아 바칠 생각이 매우 큽니다. 저는 지난번과 같이 몸이 좋지 않습니다만, 달리 말씀드릴 것은 없습니다. 다만 거쳐 가는 일을 가지고 공무를 받드는 것에 어찌 사적인 것으로 공적인 것을 해칠 수 있겠습니까? 비록 이는 한바탕 놀랍고 두려운 것이지만, 이미 이것이 잘 되어서 탈이 없이 순조롭게 끝이 났으므로 돌아가신다면 매우 다행입니다. 지난번 읍 아래에 행차하셔서, 꼭 나아가서 인사하려 하였습니다만, 궐문이 막힐 염려가 있을까 두려워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진실로 아직도 절실할 정도로 슬픈 생각이 듭니다. 내일 마땅히 나아가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1894년 12월 18일
민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