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섭에게 보냄[與嚴鎭燮]
삼가 편지를 보내 이에 묻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그립습니다. 저는 그럭저럭 보내고 있습니다. 생각건대 성모(聖母, 민비)께서 변을 당하시니 실로 천고에 강상의 큰 변이라 하겠으며, 신하들이 모두 분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아직도 복수를 하지 못하고, 피가 끓어 가슴이 차는 듯합니다. 일정하게 거주하는 것을 살피지 못하여 참지 못하고 처자들과 영원히 헤어져서 대의를 일으키고 흉적을 치고자 변변치 못한 놈인 문영정(文永井)을 부탁하여 보내니 형께서는 여러 가지로 유념하여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