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공초 관찰사 이중하 1895년 12월 28일[再供招觀察使李重夏乙未十二月二十八日]
문(問) : 너는 몇 살이며, 어떤 관직에 임명되었으며, 어떤 직에 있는지, 어느 곳에 사는가?
답(答) : 자잘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시오. 긴요한 질문이 많고 많을 것이니, 어찌 하여 세세한 질문에 힘을 쓰시오. 나는 시원스럽고 쾌활한 장부이니, 다만 긴요한 사리에 맞는 질문을 가져오시고, 거칠고 세세한 것을 필요하지 않소. 모든 것은 처음 공초에 실려 있으니, 저절로 알 수 있을 것이오.
문(問) : 국모가 해를 입은 사건은 8월 19일에 있었는데, 9월 18일에 기의(起義)를 한 것은 무슨 까닭이냐?
답(答) : 당신은 진실로 무식한 무리요.
문(問) : 어찌 하여 무식한가?
답(答) : 이치가 통하지 않고 형세에 밝지 않으니, 어찌 무식하고 배우지 못함이 아니겠는가? 내가 시험삼아 말하건대 당일 우리 국모가 변을 당한 후 신하가 된 자가 누군들 담이 찢어지는 듯한 마음을 가져 전쟁이 있으면 곧바로 가려고 하지 않았겠는가? 갑작스런 일이지만, 우리는 오백년 동안 녹을 먹어 나라에 중요한 벼슬을 해오던 신하로서 백 명 천 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어찌 한 두 사람의 동지가 없겠는가? 1개월을 몹시 기다려도 한 사람도 창궐하여 일어나는 자가 없었으며, 또한 사람이 한번 죽으려 하는 것은 진실로 어려운 일이다. 밤낮으로 생각하여 ‘한번 죽는다’는 글자를 결심하여 마음에 얻었으며, 의심이 없게 된 다음에 처자들과 영원히 이별하고 개연히 몸을 일으켰다. 나에게 이것도 늦었다고 말하고 있으니, 관찰사께서는 성은 이(李)이고, 관직은 참판인데 국가의 은혜가 중하지 않다고 하겠는가? 어찌하여 지금 다시 복수하려는 의리를 일으키지 않으시고, 고관의 자리를 차고 있는가?
문(問) : 너와 함께 모의한 자는 몇 명인가?
답(答) : 이는 어린 아이들의 견해이다. 반역자(逆子) 외에는 온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다. 자식이 아닌 자가 없고, 신하가 아닌 자가 없다. 사람이 그의 부모를 죽였는데 아들 된 자가 그의 부모의 원수를 갚지 않는 것이 옳은가? 사람이 그의 임금을 시해하였는데 신하가 된 자가 임금의 복수를 하지 않는 것이 옳은 것인가? 나라를 어지럽히는 불충한 무리들이 어느 때인들 없었으랴만, 지금과 같이 많은 것은 없었다.
문(問) : 네가 창의하였는데, 의로운 것이라는 것은 곧 의로운 것이다. 불법적인 것이 있는데, 왕명이 없이 병사를 움직였으니 이것은 무슨 법이냐.
답(答) : 아버지가 없고 임금이 없는(無父無君) 무리들이 어찌 이처럼 불의한 말을 하는가? 갑신년 (甲申年, 1884)의 흉사는 왕명이 있었는가? 갑오년 (甲午年, 1894) 6월 21일의 일은 왕명이 있었는가? 금년 8월 19일의 일은 왕명이 있었는가? 비(妣)를 폐한 것은 왕명이 있었는가? 단발한 것(단발령)은 왕명이 있었는가? 아버지가 없고 임금이 없는 무리들과는 내가 더불어 사리에 맞고 맞지 않은 것을 함께 따지고 싶지 않다.
문(問) : 네가 공주성에서 근거를 두려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어떤 뜻인가? 국가의 성지(城池)를 임의로 취하여 의지하려 하였는가?
답(答) : 당신은 어찌하여 이처럼 사리에 밝지 못하시오? 손에 아무 것도 없는데, 만일 먼저 지리를 얻지 못하면 어떻게 무기와 사납고 악한 병사들을 막을 수 있겠는가? 또 나는 당당한 의로운 선비로서 우리 왕을 지키기 위해 성지에 의지하고 우리 국모의 원수를 갚으려는 것이오.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하다면, 너희 무리들이 국가의 땅을 왜적에게 바치고 임금을 팔아서 영화를 구한 것이 옳은가?
관찰사가 책상을 치면서 크게 화를 냈다.
문(問) : 너는 어찌 감히 대상(臺上)을 올려다보면서 사신(使臣)을 욕하는가?
답(答) : 우리 왕조의 옛날 제도는 대상을 쳐다보지 못하였는데, 문무가 격식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왕의 신하이다. 어찌 임금이 없는 무리에게 자잘하게 체면을 차리겠는가? 때문에 소리를 버럭 지르고 고함을 치면서 이야기하기를, “반역자(逆子) 이(李)는 어떻소. 그 고기를 포를 뜨고 그 간을 먹는 것은 어떠할까? 살아 있는 채로 조역자(曺逆子)를 잡아서 산채로 그 고기를 먹는 것은 어떻소”라고 하고 통곡을 그치지 않았다. 또한 어금니를 깨물어 부러졌고, 두 개의 치아와 붉은 피를 손바닥 위에 뱉었다. 입안에 남은 피를 뿜어서 계단에 가득하여 붉은 비가 내린 듯하였다.
관찰사가 “이 자는 미친놈이다”라고 말한 뒤 그를 가두도록 명령하고, 병풍 뒤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