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진잠현 유생이 남기를 원하는 글[忠淸道鎭岑縣儒生願留狀][순영과 총리아문에 제출]
생각건대 비류들이 교화를 입지 않아 말썽을 피우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사는 읍은 호서와 호남의 경계가 만나는 곳에 있으며, 또한 몇 개월 동안 수령이 없습니다. 만일 박만종·최정범의 무리가 대장을 칭하게 되면 이러한 사항을 미루어 볼 때 나머지는 충분히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현재 큰 우두머리들이 이미 참수를 당했으며, 나머지 무리들은 마땅히 얼굴을 바꾸었지만, 이들 시골의 어리석은 백성들을 돌아볼 때, 아직도 귀화할 양심이 없습니다. 고산(高山)의 굴에 있던 적들은 또한 근일에 급보가 있어서 그들의 행한 것을 살펴보니, 그들을 쳐서 평정할 기한이 없는 것 같습니다.
때마침 소모사(召募)가 와서 이들과 가까운 곳에 있는 백성들을 진정시켰고, 조금도 범하지 않아 병사들이 마치 나무나 풀과 같았습니다. 비류들이 이를 듣고 깜짝 놀랐으며, 평민들은 그를 기다려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송나라 때 조빈(曹彬)이 강남으로 가서 공무를 처리하듯, 한나라 장수인 풍이(馮異)가 관서(關西)에 들어가서 정벌한 것을 오늘날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아! 저 기회를 틈타서 속이는 무리들이 매번 박쥐와 같은 마음이 많아서, 만일 이들 병사들이 철수하여 돌아간 것을 듣게 되면 다시 전에 하던 나머지 습관을 마음대로 부릴 것입니다. 만일 그와 같다면 그러한 화가 다시 전날보다 치열해지고, 나머지 백성들이 그들 무리들에게 빠질 것입니다. 살피건대 만일 개인의 사정을 생각해보면, 어찌 우울한 마음이 없겠습니까? 저희들의 어리석은 생각을 말씀드리면, 문(文) 소모관을 이곳에 머물게 하십시오. 근래 다시 비적들에게 공격을 더하여 해가 되는 것을 모두 없애도록 하면, 곧 실로 백성들의 행복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에 감히 일제히 소리를 내어 호소합니다. 특별히 헤아려 처분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