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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새로 제수받은 전라도관찰사를 사임하는 소장]

신이 홍양(洪陽, 홍성군)을 맡아 다스린 지 이미 반년이 되었습니다. 원래 어설픈 재주를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어려운 시기를 만나 분골쇄신하고자 하였으나 아직 티끌만큼도 보답하지 못하여 이미 성은을 저버리고 하늘의 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천만 뜻밖에도 신을 전라감사(全羅監司)로 제수한다는 명령이 멀리서 내려왔습니다. 신은 처음 명령을 듣고 간담이 땅에 떨어지는 듯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서 곧장 땅을 뚫고 들어가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번한(藩翰, 監司)의 임무가 어느 곳인들 중요하지 않으며 지방관의 선발이 어려우니 어느 때인들 신중하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호남은 근래에 변고(동학농민혁명)가 발생하였으므로, 비록 범방(范滂)으로 하여금 기주(冀州)를 안찰(按察)하게 하고 부필(富弼)로 하여금 청주(靑州)를 다스리게 하는 것처럼 하더라도 세상을 밝히고 백성들을 구활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지금 제도를 경장(更張)하여 새로운 교화를 펼치며 재능에 따라 임무를 맡기는 때에 이처럼 중요한 자리를 어찌 신과 같이 천만부당한 자가 하루라도 외람되이 맡을 수가 있겠습니까? 다만 높은 관직과 두터운 녹봉의 영화로움을 탐하고 전하께서 특별히 발탁하신 은혜를 어기기 어려워서 얼굴을 쳐들고 부임하여 일을 그르친다면, 비단 신 한 사람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곧 한 도(道) 전체 백성들의 불행이며, 도내 백성들의 불행일 뿐만 아니라 곧 국가의 불행입니다. 신의 개미처럼 미미한 몸은 비록 돌볼것이 못되지만 일이 관계되는 바가 어찌 중차대하지 않겠습니까?
아! 신은 비록 어리석고 미천하지만 종실의 말석을 더럽히며 대대로 벼슬을 살던 집안의 후손으로 은혜는 골수에 스며들고 가르침은 가정에 이어졌으니,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염려하는 정성 또한 축적된 것이 없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만약 국가에 일이 발생하면 당연히 몸을 던지고 목숨을 바치며 다른 신하들에게 뒤지지 않아야합니다. 만약 난리를 당하여 도망갈 생각을 하며 몰래 자기 몸을 보전하려는 계획을 품고 관례에 따라 말을 꾸며서 사양하며 명예를 얻으려고 한다면, 천신(天神)과 지기(地祗)가 빈틈없이 밝게 늘어서 있으니 불충하고 불효한 죄인이 어찌 이 세상에서 달아날 수가 있겠습니까? ≪이하 4자 결락≫ 신의 어리석은 충정을 천지의 부모이신 전하 앞에 한번 드러내 보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감히 저의 속마음을 말씀드리며 외람된 죄를 피하지 않으니 전하께서는 굽어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근래에 나라일이 갈수록 번거로워지고 민심이 갈수록 흩어지는 현상을 일일이 나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윤상(倫常)을 어지럽히고 풍속을 해치며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며 분수를 넘고 기강을 어겨 한 시대의 좀도둑이 된 자들은 바로 이른바 동학의 무리입니다. 동학도들이 작년에 보은(報恩)에서 해산한 뒤에 충청우도의 나머지 잔당이 점차 불어났으나 이들을 엄하게 단속하지 못하여 소굴이 점차 형성되어 금년 여름의 변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마치 맹수가 사람을 잡아먹고 홍수가 하늘까지 넘치는 지경이 되어 사람들을 숨이 막히게 하니 차마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신이 생각건대 동학이라는 이름은 그 유래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을 미혹시킬 만한 이단의 교리도 없고 사람들을 속일만한 술책도 없으며, 단지 근거 없는 사설(邪說)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서로 향응하여 모여들어 이처럼 창궐하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다만 전하의 은택이 막혀있고 법금(法禁)이 엉성하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은 신은 이를 개탄스러워하였는데 어려운 때에 명을 받들고 어지러운 시기에 임무를 받아 관직에 부임한 이래 밤낮으로 노심초사하며 노둔한 재주를 다하고자 하였습니다. 성유(聖諭)를 우러러 받들어 은혜로써 저들을 위무하고 관아의 위세를 빌려서 형벌로써 저들을 단속하였습니다. 포악한 자는 금지하고 착한 자는 권면하였으며, 오늘 한 가지 일을 거행하고 내일 하나의 명령을 시행하며, 여러 방도를 편의에 따라 행하며 진실된 마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이렇게 시행한 지 오래되었으나 옅은 정성이 믿음을 얻지 못하여 신은 참으로 부끄러워 하늘 아래에서 낯을 들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저들은 지극히 어리석으면서도 신령한 자들입니다. 병이(秉彝)의 천성을 가지고서 마음을 되돌리지 않을 이치가 없습니다. 최근에 차츰 그 단서가 나타나고 있으나 그것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것인가는 아직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곳에서 목숨을 바쳐 은혜의 만 분의 일이라도 갚기를 바랐습니다.
지금 만약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으로 나아간다면, 명기(名器)를 더럽힐 뿐만 아니라 신의 염치에 손상이 가는 것이 얼마이며, 백성들이 실망할 뿐만 아니라 이전의 공이 얼마나 아까울 것입니까? 신의 이 말에 어찌 감히 털끝만큼이라도 신의 재주를 자랑하려는 의도가 있겠습니까? 임금을 섬김에 감추지 않는다는 의리상 감히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개 하나의 고을과 한 개 도(道)의 크기는 비록 다르지만 국사에 마음을 다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지금 신은 홍양에서 반 년 동안 노력을 하였으나 아직 조금의 공적도 이루지 못하였으니 혼란한 호남에서 어떻게 분수에 넘치는 자리를 외람되이 차지하여 공사(公私)를 낭패로 만들어 천고의 웃음거리를 남기겠습니까? 신은 만 번 죽더라도 결코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이하 결락≫

주석
새로 제수받은 전라도관찰사를 사임하는 소장 이설(李偰)이 쓴 글이 아니라, 홍주목사(洪州牧使) 이승우(李勝宇)가 쓴 글로 보인다.
병이(秉彝) 타고난 천성을 그대로 지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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