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연락처
기념재단
TEL. 063-530-9400
박물관
TEL. 063-530-9405
기념관
TEL. 063-530-9451
Fax.
063-538-2893
E-mail.
1894@1894.or.kr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사료 아카이브 로고

SITEMAP 전체메뉴

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새로 제수받은 홍주부관찰사를 사임하는 상소]

신은 허술하며 재주가 없고 못나서 한가한 직책을 맡고 있는 것도 오히려 두려워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외람되이 큰 은혜가 만물을 곡진하게 이루어주심과 밝은 빛이 세상을 두루 비침을 입었습니다. 비단 벌을 주어 내치지 않으셨을 뿐더러 도리어 총애하여 발탁하시어 지방관의 임무를 맡기신 지가 이제 1년이 되었습니만, 폐단만 쌓고 기강만 무너뜨렸으며 아직 조그마한 성과도 없습니다. 그 사이 도적의 난리를 만나 경내에 일이 많이 생겼으니 도리상 사퇴하기 힘들어서 부지런히 직무를 수행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 하늘의 징벌이 행해져서 재앙의 기운이 말끔히 사라졌으며, 지금은 공과(公課)도 대체로 완수하고 세곡운반도 겨우 마쳤습니다. 이렇게 조금 여유가 있을 때 빨리 사직서를 올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전하의 은택을 읊조리며 여생을 마치고자 하는 것이 신이 밤낮으로 지극히 바라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천만뜻밖에 이번 달 7일에 갑자기 내부(內部)의 훈령(訓令)을 받았는데, 칙지(勅旨)로 신에게 홍주부관찰사(洪州府觀察使)의 직함을 더 내려주셨습니다. 신은 명령을 듣고 놀라서 정신이 달아나며 올려다보니 두렵고 내려다보니 위축되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 지역으로 말하자면 22개 군을 통할해야 하니 어찌 많지 않습니까? 그 관직으로 말하자면 이천석(二千石)의 품계이니 매우 무겁지 않습니까? 비록 태평한 시대에 풍속을 관찰하는데도 오히려 제대로 된 인물을 선발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지금은 난리를 거친 뒤라 사람들의 마음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으며, 교화를 혁신하는 초기라 온갖 제도가 새로 창시되고 있습니다. 반드시 평소 위망이 있는 자를 얻은 뒤에야 경박한 자들을 진압하고 난의 싹을 자를 수 있으며, 시무에 익숙한 자를 얻은 뒤에야 임기응변하며 조처를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이러한 직임을 신과 같은 자가 어찌 하루인들 외람되이 관직을 차지할 수 있겠습니까?
아! 신은 비록 미천하지만 종실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대대로 벼슬하던 집안의 후손이므로, 생사와 애환을 국가와 함께하는 도리에 실로 남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의 몸에 이르러 특별한 은혜를 입었으니, 전하께서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지금까지 길러주셔서, 항상 분골쇄신할 것을 생각하고 있으나 여전히 갚을 길이 없음을 걱정하였습니다. 지금 제수받은 직임에 대하여 어찌 감히 관례에 따라 사양하는 척하며 평범한 신하로서의 절의를 바치겠으며, 더욱이 어찌 감히 어려움을 두려워 회피하여 임금을 잊고 나라를 저버리는 죄를 짓겠습니까? 다만 신의 자질이 용렬하여 재능이 쓰이기에 적합하지 않고 식견이 고루하여 시의에 맞지 않습니다. 비록 신이 불초한 자신의 재능을 시험해 보고자 하는 뜻이 있더라도 오늘날 조정에 있는 신하들은 이미 신이 쓸모가 없음을 알고 후보군에 넣지 않습니다. 설사 신이 전하의 은혜에 감사하여 외람되이 명을 받들더라도 반드시 서로 조화되지 못하고 진퇴양난이 되어 하는 일마다 말썽만 일으킬 것이니, 신의 처지는 돌볼 것이 못되더라도 성덕(聖德)에 누가 되고 새로운 교화에 흠집을 남기는 것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선철(先哲)이 말하기를, “임금을 섬기는 도는 자기 몸을 지키는 것이 근본이고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몸을 망치고서 임금을 잘 섬기는 자는 아직 없었습니다. 전하께서는 신에게 다른 마음이 없음을 헤아리시고 신의 지극한 정성을 살피시어 빨리 신에게 새로 제수한 관직을 체차하시어 곡진한 은혜를 베푸신다면 조정에 큰 다행이며 신에게도 큰 다행이겠습니다.

주석
새로 제수받은 홍주부관찰사를 사임하는 상소 이 글 역시 이설(李偰)이 쓴 것이 아니라, 홍주목사(洪州牧使) 이승우(李勝宇)가 쓴 글로 보인다.
이 페이지에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는 재단이 되겠습니다.

56149 전라북도 정읍시 덕천면 동학로 742 TEL. 063-530-9400 FAX. 063-538-2893 E-mail. 1894@1894.or.kr

문화체육관광부 전라북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