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목사에게 보내는 편지[與洪牧]
이웃 동네에 그릇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양반이라고 하여 약탕관 하나를 만들어 와서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 제품은 매우 우수하고 그 제조법은 매우 간편하여 참으로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보물입니다. 그러나 이 양반은 가난하여 약을 먹을 수가 없어 그것을 장을 달이는 그릇으로 사용하려 하였으나 너무나 아까워서 팔아먹을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값이 비싼 물건이라서 사람들이 쉽게 사려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만냥태수(萬兩太守)만이 값을 논할 수가 있을 것 같아서 이것을 보내드립니다. 혹 그 값어치를 알고 살 수 있겠습니까? 내가 만약 값을 부른다면 형의 작은 간으로는 30리나 줄행랑을 놓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흥정을 벌였으니 값을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형은 정신을 바짝 차려서 듣고는 놀라 자빠지지 마십시오. 이에 크게 소리를 질렀다. “이 약탕관의 값은 술 한 병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