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목사에게 보내는 편지 여섯 번째[與洪牧書六]
해미의 적이 이미 성을 버리고 도주하였습니다. 어떤 이는 가서 그 성을 지키자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적을 추격하자고 합니다. 나는 그러한 견해 가운데 간계가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병법에서는 적을 가볍게 여기는 것을 가장 금기시하여 궁지에 몰린 적을 추격하지 않습니다. 4개 부대를 연이어 쳐부순 뒤이므로 관군의 사기가 날카로워 경솔하게 진군할 우려가 없지 않으니 삼가고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근일에 마을이 소란스러워 하루에도 열 번이나 놀라며 새가 놀라고 쥐가 숨듯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이 저지른 죄를 용서받을 수 없어 관군이 토벌하러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작은 걱정거리가 아닙니다. 이미 도망쳐 돌아온 백성들이 안착할 수 없도록 한다면, 이것은 그들을 몰아서 적을 따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반드시 속히 방(榜)을 붙여 효유하여 백성들을 불쌍히 여긴다는 뜻을 보여주고 관리들을 엄히 단속하여 아랫사람들이 폐단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초토사로 적을 소탕할 때는 홍주목사(洪州牧使)로 백성들을 다스릴 때와는 사체(事體)가 다르니 자기 몸을 처신하고 남을 대할 때 자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체모를 높이고 군율을 엄격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군사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서 만나기를 청하고 부탁을 하는 자들은 절대로 교통을 허락하지 마십시오. 지금 홍양(洪陽)의 사세는 마치 한 줄기 미약한 양(陽)이 많은 음(陰) 사이에서 몰래 자라고 있는 것과 같으니 하늘과 사람이 보호하고 아끼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만약 그 가운데서 조금이라도 사사로운 것을 용납한다면 천리(天理)가 끊어지고 대사를 그르칠 것이니 삼가고 조심하기 바랍니다. 지금 홍주(洪州)의 사졸들은 옛사람들의 모병(募兵) 방법을 잘 따라서 모집한 사졸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병(土兵)은 적들과 서로 잘 아는 터라 소문만 듣고 놀라는 일은 없을 것이며, 고향을 사랑하고 좋아하여 용감하게 직접 전투에 나설 것입니다. 그래서 1 만 명을 징병하는 것이 수천 명을 소집하는 것만 못합니다. 논공행상을 할 때에는 항상 토병을 관군보다 우선시하고 또 관군보다 많은 숫자에게 상을 주어 토병을 우대하는 뜻을 보인다면 저들은 반드시 죽을 힘을 다하여 싸울 것이니 다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른바 경군(京軍)과 왜병(倭兵)들은 도움이 안될 뿐만 아니라 방해만 될 뿐입니다. 왜병은 더욱 불가하니 적도에게 구실을 제공하고 사민(士民)들에게 의혹만 일으킵니다. 만일 혹 그들이 온다면 사양하여 돌려보내는 것만 못하니 깊이 헤아리기 바랍니다.
예로부터 공명을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내가 형을 위하여 가장 애타게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지금 형은 백면서생의 외롭고 연약한 몸으로 훌륭한 공을 세워 위망이 날로 퍼져서 긴 밤의 외로운 별처럼 찬란하고 모진 풍파의 든든한 버팀목처럼 우뚝하게 서있으니 시기하고 질투하는 무리들이 조정에서 나타나지 않으리라고 어찌 보장하겠습니까? 옛 사람이 말하기를, “하북(河北)의 적을 제거하기는 쉬우나 조정의 붕당을 제거하기는 어렵다”고 하였으니 이를 유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옛날 이충무공(李忠武公)은 군무(軍務)로 바쁜 가운데도 서울의 재상들에게 선물을 보내어 문안하는 것을 중지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충정대절(忠貞大節)로써 어찌 조정의 권귀(權貴)를 섬기고자 하여 그렇게 하였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가의 대사가 혹 간사한 자들에 의해 그르쳐질까 걱정하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지극히 공정하고 정성스런 마음은 전혀 다른 뜻이 없었기에 천 년 뒤에도 뜻있는 선비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합니다. 바라건대 형은 깊이 생각하십시오. 사랑이 절실하기 때문에 근심이 지나치고 의리가 지극하기 때문에 염려가 깊습니다. 외람됨을 헤아리지 않고 어리석은 정성을 바치니 저의 미치광이 같은 생각을 잘 살피시기 바랍니다.
또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습니다. 오진(五陣)의 영관(領官)들은 모두 형의 관속(官屬)들인데, 이들은 다만 평소 백성들을 단속하기 쉬움과 적을 소탕하는 능력만을 믿고 있을 뿐 시국의 형편이 예전과 다름을 알지 못하니, 더욱 엄격히 단속하기 바랍니다. 군중(軍中)에 문사(文士)가 없어서는 안됩니다. 어째서 이석민(李錫敏)을 불러들이지 않으십니까? 사실 이 사람은 석온(石溫)에 뒤지지 않으니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