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지[別紙]
첫째, ‘사(私)’라는 글자를 지워버리십시오. 청탁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모든 사항을 대의(大義)에 따라 결단하십시오.
둘째, 외롭고 연약한 몸으로 갑자기 훌륭한 공을 세워 시기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논공행상을 할 때에는 항상 토병을 관군보다 우선시하십시오. 1만 명을 징병하는 것이 수천 명을 소모(召募)하는 것만 못합니다.
넷째, 초토사로 적을 소탕할 때는 홍주목사로 백성들을 다스릴 때와는 크게 다르므로 말과 행동을 자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자신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체모를 높이고 군율을 엄격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군사와 관련된 일이 아니면서 만나기를 청하는 자들은 절대로 교통을 허락하지 마십시오.
다섯째, 근일에 마을이 소란스러운 것은 관군이 토벌하러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두들 의구심을 가지고 편안하게 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는 작은 걱정거리가 아닙니다. 도망쳐 돌아온 백성들이 편안하게 거주하지 못한다면 적진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관군을 엄히 단속하여 아랫사람들이 폐단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십시오.
이상이 현재의 급선무이니, 거리에 방(榜)을 붙여 자세하게 효유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