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목사에게 보내는 편지[與洪牧]
저번에 보낸 안부편지는 보셨는지요? 그간 영감의 건강이 별 탈 없으시라 생각합니다. 반드시 식사를 잘 챙기시고 나라를 위하여 자중하십시오. 나는 어머니의 병환이 엊그제부터 더 심해져서 체증에 감기까지 겹치고, 담(痰)이 끓는 데다 현기증까지 나서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하고 원기가 거의 소진되어 현재 매우 위급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삼 한 뿌리 쓰지 못하고 다만 하늘을 쳐다보며 초조해할 뿐입니다.
소문에 듣건대, 관군이 비류(匪類)에게 패하고 사기마저 흉흉하다고 하더군요. 이를 장차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지금은 한 줄기 양(陽)의 기운이 홍양(洪陽)에 있으니 홍양에서 뒷수습을 하는 것이 이치상 필연적입니다. 다만 이것은 믿으며 걱정을 하지 않지만 선후책은 마련해 놓으셨습니까? 지금의 계책으로는 추격하여 소탕할 필요는 없으며 다만 군대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머물러 있으면서 성을 굳게 지키고 사졸들을 격려하며 죽음으로써 지키겠다는 결의를 보이십시오. 그러면 군사들의 사기가 저절로 다시 떨쳐질 것이며 적의 사기는 자연히 사그러질 것입니다. 이로써 자신을 격려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금 듣건대, 비류 수만 명이 예산(禮山)에서 덕산(德山)으로 돌아와서 가옥을 불태우고 사람 죽이기를 삼(麻) 베듯이 하여 원근이 소란스러우며, 저들은 홍양을 침략할 것이라고 떠든다고 합니다. 더욱 경계를 강화하여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하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