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6일.
一. 장성 북이면 백암(白巖)의 백성들이 아룁니다. 동(洞)에서 계(稧)를 조직하여 적도(賊徒)를 방어하였는데 도망간 적도들이 겁략하는 폐단을 일으킬 것이 걱정되니 각 통수(統首)에게 엄중하게 지시하기 바랍니다.
제(題):호소한 바가 매우 가상하다. 각자의 리(里)에서 별도로 방어책을 정하여 즉시 잡아들이도록 하되 혹 조금이라도 의구심을 갖지 말라.
一. 장성 북이면 여촌(余村)의 백성들이 아룁니다. 본동(本洞) 소속 8개 리(里)를 모두 작통(作統)하여 불우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합니다.
제(題):각자의 동(洞)에서는 혹시라도 의구심을 갖지 말고 나타나는 즉시 잡아들이도록 하라. 백성들이 이렇게 뉘우치니 지극히 가상하다.
一. 무장(茂長)의 김정발(金正潑)이 아룁니다. 저는 본 고을의 장교(將校)인데, 비도들의 난을 피하여 동복(同福)으로 피신하였다가 지금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그런데 노모와 처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하니, 원한을 갚고 귀향하려 합니다.
제(題):이것이 실제적인 호소라면 공의(公議)가 엄연한데 어찌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걱정하는가? 본 현(縣)에 가서 호소하면 원한을 갚을 길이 있을 것이니 즉시 호소하라.
一. 광주(光州) 갈전면(葛田面) 용구동(龍九洞) 임명호(林明昊)가 아룁니다. 비도들의 난리를 만나 담양(潭陽) 땅에서 떠돌아다니다가 뜻하지 않게 담양의 수성군(守城軍)에게 잡혔습니다.
제(題):수백 채의 촌가가 무슨 연유로 텅 비었는가? 네가 스스로 생각해 보아 죄가 없으면 살 수 있을 것이다. 어찌 이렇게 번거롭게 호소하는가?
一. 장성 남일면(南一面) 서태(西台)의 신영구(申永求)가 아룁니다. 시생은 유학(儒學)을 도(道)로 삼아 애당초 사악함에 물들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비도(匪徒)들을 소탕할 때 옥석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니 잘 처분을 내려주십시오.
제(題):누구나 그러한 마음이 있을 것인데 더구나 사림(士林)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조심하여 끝까지 효과를 보도록 하고 혹 조금도 변함이 없도록 하라.
一. 장성 외동면(外東面) 삼소(三所)의 국(鞠) 과부가 아룁니다. 저의 아들 오묵(五默)이 강압에 못 이겨 입도(入道)한 죄는 이미 지난 번 소장에서 모두 말하였습니다. 저의 금년 나이 70살인데 이 때문에 근심을 하여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잘 처분을 내려주십시오.
제(題):이미 잘 알았으니 일단 조처를 기다리도록 하라.
一. 장성 부계(府稧)에서 아룁니다. 계(稧)를 조직하여 도적을 방비함에 있어 우두머리가 없을 수 없습니다. 이에 관하여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제(題):본 수령이 소모관(召募官)의 임무를 맡아 장차 부임을 할 것이므로 제반 조처들을 틀림없이 잘 마련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계를 조직한 것은 아주 적절한 조치이다. 방어에 편리한 대책들을 별도의 규칙으로 제정하도록 하라.
一. 장성 서이면(西二面) 반창(般昌)의 선비와 백성들이 아룁니다. 시생 등은 비도들의 난리를 만나 스스로의 몸을 보전할 수 없었으나 다행히 왕사(王師)가 내려와 주셨습니다. 감히 나주(羅州)의 공문을 첨부하여 호소하오니 잘 처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題):이웃 고을의 제사(題辭)가 이처럼 분명하다면 사악함에 물들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 뜻을 끝까지 잘 간직하고 흔들리지 않도록 하라.
一. 장성 남일면 중태(中台)의 박명국(朴明國)이 아룁니다. 농사짓고 책을 읽으며 살면서 죽더라도 사악함에 물들지 않겠다고 맹서하였으니 잘 처분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제(題):형편은 사적인 것이고 물들지 않은 것은 공적인 것이다. 끝마무리를 잘하고 혹시라도 의구심을 갖지 말라.
一. 장성의 아전 박전성(朴銓誠)이 아룁니다. 저는 500냥의 돈을 출연하여 금년 봄에 황룡강(黃龍江)에서 전사한 병정들의 초상을 치르는 데 보탰습니다. 그런데 동도에게 화를 당하여 차라리 죽어서 아무 것도 몰랐더라면 좋았을 것인데, 70노구가 한 명의 어린 자식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동학에 가입하게 되었으나 실제로는 저의 본뜻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대진(大陣)이 내려옴에 감히 저의 사정을 아뢰니 잘 처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題):어찌 하여 반드시 접주(接主)가 된 뒤에야 화를 면하였는가? 참으로 이전의 공로가 아깝다. 그러나 부대 앞에 와서 처분을 기다리도록 하라.
一. 서울 유학(幼學) 이장하(李璋夏), 장성 진사(進士) 김연환(金溎煥), 부안(扶安) 진사 이병로(李秉老) 등이 아룁니다. 시생들은 충성을 떨치고 의리를 발휘하여 비류(匪類)의 대포대장(大砲大將) 김응칠(金應七)과 전봉준[全奉俊, 全琫準의 잘못], 향성찰(鄕省察) 김쌍동(金雙同)과 오기성(吳己成) 등 4놈을 잡아서 고부(古阜) 고을에 가두었습니다.
제(題):왕사(王師)를 의지하여 믿고 아울러 의병까지 일으켰으니 뭣 때문에 비괴(匪魁)들이 포위망을 빠져나갈 것을 걱정하겠는가? 이 무리들이 지금까지 세상에서 죄악을 저지른 것은 소민(小民)에게도 고통이었는데 하물며 표준이 되는 선비에게 있어서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지금 이 의거(義擧)에는 일정한 규모가 있음을 알겠다. 혹시라도 폐단을 끼치지 말라. 잡아가둔 3명의 적도(賊徒)는 이미 감영에 보고하였으니 조금도 소홀히 다루지 말고 회제(回題)를 기다리도록 하라.
一. 장성 주암(舟巖)의 백성들이 아룁니다. 광주(光州)의 수성군졸(守城軍卒)이 우리 동네를 마구 침범하였습니다.
제(題):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죄인들이 있는 동네에서 그들을 잡아들이는 것은 그만둘 수가 없다. 더구나 본 리(里)에는 폐단을 일으킨 잔당들이 남아있으니 말할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상세하게 조사하고 구별하여 그 죄를 바로잡을 것이며 별다른 침탈은 없을 것이다. 만약 그러한 소문이 들린다면 당연히 별도로 엄히 조처할 것이다.
一. 장성 서삼면(西三面) 임곡(林谷)의 통수(統首) 차남석(車南錫)과 대곡(大谷)의 통수 이우백(李優白) 등이 아룁니다. 2개 리(里)의 주민들이 오래도록 동도의 침탈로 괴로워하다가 지금 왕사(王師)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감히 단사(簞食)와 호장(壺漿)으로 마음을 표시하고자 합니다. 청주(淸酒) 1병, 탁주 3동이, 흰떡 2광주리, 돼지 1마리, 닭 2마리, 곶감 1접
제(題):너희 난리를 겪은 백성들이 이렇게 넉넉하게 물자를 보내주니 본성의 후함을 이를 통해 알 수 있겠다. 나중에 표창이 있을 것이며 지극히 칭찬할 만하다.
一. 장성 서이면(西二面) 박인국(朴仁局) 등이 아룁니다. 우리 동네가 강압에 못 이겨 동학에 가입하였음은 온 고을사람들이 다 아는 바입니다. 이번에 왕사(王師)가 내려온 기회에 마음을 고쳐 귀화하고 접주(接主)를 잡아서 군문(軍門)에 바치고자 하였으나 도망치는 바람에 아직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집을 불태우고 그의 말을 끌고 왔습니다. 아울러 담배 50묶음과 소 1마리를 군향(軍餉)에 보태고자 합니다.
제(題):물들지 않은 자들과 귀화한 자들은 모두 선량한 백성들이다. 겉으로는 귀화하는 척하면서 마음을 고치지 않으면 결국에는 화를 당할 것이다. 이른바 폐단을 일으킨 놈들은 기필코 잡아들이도록 하고 혹시라도 관망하면서 우물쭈물하다가 함께 벌을 받는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하라. 소 1마리와 담배는 당연히 군수(軍需)에 보태어 쓰고 상부에 보고하여 포상을 내리도록 할 것이며, 말 1필도 받아두도록 하겠다.
一. 장성 서이면 아곡(牙谷)의 백성들이 아룁니다. 흰떡 1상자, 생청[生淸, 꿀] 1항아리, 짚신 1죽을 상납합니다.
제(題):군사들을 호궤(犒饋)하니 감동이 되는구나. 향촌 백성들의 마음이 지극히 가상하다. 당연히 상부에 보고하여 표창하도록 할 것이다. 전에 폐단을 일으켰던 접주는 각각 체포하여 들이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