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도착한 양호도순무영의 전령[同日到付兩湖都廵撫營傳令]
살리기 위한 도리로서 만물을 죽이는 것은 엄중하지만 잔인하지 않는다. 난법(亂法)으로 사람을 다스림에는 관대하게 하면 사람들이 반드시 업신여기게 된다. 자대숙(子大叔)은 관대하게 정치를 하여 정(鄭)나라에는 도적이 끊이지 않았으나, 제갈공명(諸葛孔明)은 엄격하여 촉(蜀)의 백성들은 안정을 누렸다. 이것이 어찌 위엄을 떨치기만 하고 백성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아서이겠는가? 시기에 따라 조치하는 바가 달랐기 때문이다. 죄가 있는 자를 벌하지 않는다면 무고한 자를 보호할 수 없다. 이미 죄를 범한 뒤에 그 악함을 징계하고 다시 틈을 엿보기 전에 해악을 제거하여 악의 뿌리를 남김없이 완전히 뽑은 뒤에야, 선량하게 행동하도록 권장하여 깨끗하고 공평한 세상을 기대할 수가 있다. 지금 비류들의 사태가 조금 진정되었으며 법망을 빠져나간 자들은 숨어 달아났다. 이는 마치 앓고 있는 종기가 겉으로는 아물었지만 속으로는 곪는 것과 같으니 지금 다스리지 않으면 장차 또 어찌하겠는가? 국가의 기강을 범한 죄를 저지른 극도로 흉악한 자들은 모두 즉시 일일이 잡아다 처형하여 영원히 우환을 없애고, 포악한 행동을 자행하여 무고한 이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자들은 군율이 엄중하니 용서할 수가 없다. 이 전령이 도착하는 즉시 유념하여 거행하도록 하라.
一. 징계하고 토벌하는 일은 엄중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죄가 있는 자이건 없는 자이건 모두 내버려두고 죄를 묻지 않는다면 적도들은 달아나고 백성들은 틀림없이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아! 저 달아난 적괴(賊魁)들은 완악하여 마음을 고치지 않는다. 지금은 비록 위세에 눌려 숨어 엎드려있지만 후일 반드시 기회를 보아 준동할 것이니 지금 없애지 않으면 결국 훗날 근심이 될 것이다. 온 동네와 온 고을 사람들이 모두 죽여도 좋다고 하고, 죄악이 가득 차서 그 죄상이 완전히 들어난 자들은 일일이 적발하여 용서하지 말고 반드시 처형하라.
一. 마음대로 주륙(誅戮, 죽임)해서는 안 된다. 명령을 받아 권한을 가진 자라도 함부로 시행해서는 안 되는데 하물며 명받은 권한이 없는 자가 감히 마음대로 시행할 수 있겠는가? 근자에 듣건대, 참모(參謀), 군관(軍官), 유회(儒會), 상사(商社)가 애당초 인패(印牌)도 없이 감히 멋대로 사람을 죽인다고 하는데, 이는 모두 법에 어긋난 행동이다. 전쟁터로 나간 장령(將領)과 적을 토벌하는 소모사 등의 관리 외에는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 말라.
一. 재산을 몰수하는 일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역도(逆盜)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으로써 죄인을 사형시킨 다음에야 재산을 적몰할 수 있다. 근자에 듣건대, 각 진(陣)에서 죄의 경중을 묻지 않고 적을 사로잡거나 도망간 자를 수색하여 잡았을 때는 우선 그 재산을 모조리 적몰하여 그들이 의지할 곳이 없어 울부짖게 한다고 하니, 이렇게 한다면 어떻게 서로 뭉쳐서 도적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우두머리를 잡아서 처형하는 경우 외에는 재산을 적몰하지 말라. 납속(納贖, 돈을 받고 풀어줌)의 경우는 더욱 시행해서는 안 된다. 경비가 비록 많이 들기는 하지만 공금이 있는데 또 백성들의 재산을 긁어모아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이러한 길이 일단 열리면 그 폐단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납속하는 일은 영구히 시행하지 말라.
一. 상민(商民)들은 토벌의 일을 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보상(褓商)과 부상(負商)은 원래 자체의 규율이 있어서 서로 훈계하고 도우며 사악함에 물들지 않았다. 비류들을 토벌하는 일은 본래 그들의 책임이 아니므로 보당통신(步塘通信) 외에는 이유 없이 무리들을 모으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