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의정부에 보고함[同日報議政府]
첩보하는 일입니다. 의정에서 계하(啓下)받은 관문에 의거하여 10월 19일부터 11월 28일까지 거행한 일을 사유를 갖추어서 치계(馳啓)하였습니다. 지금 도착한 의정부의 회제(回題) 내에, “거괴(渠魁)들을 박멸하고 잔당들을 귀화시켜 한 지역이 안정을 되찾고 사람들의 마음이 고무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매우 가상하다. 종사관과 유격장을 거론한 것에 대하여는, 소모사가 원래 장계로 보고한 예가 없으며, 또 관원을 임명하라는 조정의 명령도 없었는데 어떻게 편의(便宜)대로 차출하였다느니 자벽(自辟)하였다느니 하는 내용을 갑자기 등철(登徹)하는가? 매우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다. 원래의 장계를 되돌려 보낸다. 의로운 마음을 내어서 협조한 신사(紳士)들에 대해서는 일이 안정된 후 그 공을 조사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알기 바란다. 이렇게 추운 계절에 많은 향용(鄕勇)들이 야외에서 생활하는 것이 매우 염려되니, 먼 지역에서 모집해온 용사들은 차례차례 돌려보내고 본 지역의 민병(民兵)만으로 적절하게 방어하도록 하라. 나누어 맡은 각 고을을 순행(巡行)하는 일은 다시 본도의 감영(監營)과 상의하여 처리하도록 하며 일을 더 키워서 도리어 민폐를 끼치도록 하지 말라”라고 하였습니다.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 외람되이 중요한 직책을 맡아 몽매함을 무릅쓰고 직무를 보아 하는 일마다 그르치고 있는데, 지금 회제의 준엄한 가르침을 받드니 온 마음이 두렵고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다만 생각건대, 저의 직임은 항상적인 규례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잘못을 저지르기 쉽습니다. 유격장(游擊將)이란 이름은 상주 유향(儒鄕)의 의병의 직임으로 이미 여러 가지 일을 맡고 있었기에 업무에 관한 보고를 올리면서 용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여 규례를 어겼으니 소홀히 한 죄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종사관(從事官)은 단지 옛 것에 얽매여서 착각하여 가벼이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누추한 오두막에 물러나 엎드려 삼가 처분을 기다려야 하지만, 지금 적도들이 군의 경계에 다가와서 위세를 크게 떨치고 있어서 대소 민인들이 두려워하며 아침저녁으로 경계를 강화하니,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여 일을 제대로 살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군대를 파견하여 곧장 양호(兩湖)와의 접경으로 향하게 하였습니다. 고을의 포군(砲軍)들이 엄동설한에 바깥에서 고생하는 것이 염려가 안 되는 것이 아니며 이웃 고을에서 먼 길을 달려 온 사람들은 더욱 걱정이 됩니다. 그러나 사정이 부득이하므로 이번에 적도들을 소탕하면 그날로 이들을 해산하여 보낼 것입니다. 본 지역의 방어시설은 이미 편의에 따라 조치하였으니 더 이상 폐단을 짓지 않을 생각입니다. 고을을 순시하는 일은 관할하는 각 고을에 당장 위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지 관문으로만 신칙하였으며 처음부터 출발하지 않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둑알처럼 배치되어 있는 고을들이 각자 인근 도와 경계를 접하고 있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일이 많이 발생할까 우려됩니다. 법망을 빠져나가 은닉해 있는 적괴(賊魁)들을 아직 모두 처형하지 못하였으니 의정부에서 헤아려서 처분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제사(題辭)에 “방금 소모사의 직임을 감하(減下)한다고 감영에 관문(關文)으로 신칙하였다. 사용하고 있는 인신(印信)을 본 상주목에 전해주어 본 의정부로 전하여 납부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