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九月]
적이 상주(尙州)에 들어가자 목사(牧使) 윤태원(尹泰元)은 성을 버리고 도망쳤으며, 일본 병사가 진격하여 쳐부수었다.
당시 적도(賊徒)가 있는 곳에서는 무리를 불러 모아 무기를 빼앗고 관리들을 죽이며, 부녀를 겁탈하고 사부(士夫)를 구타하였다. 윤리가 땅에 떨어지고 악이 하늘에까지 닿아 임금도 없고 아버지도 없는(無君無父) 듯이 하여 돼지나 뱀과 같았다. 백성 중 비류(匪類)에 들어가지 않은 자는 100 명 중 한두 명도 찾기 어려웠으며, 비록 자취를 거두어 집에 숨어있는 이도 감히 ‘동학’이라는 두 글자를 말하지 못했다.
토적문(討賊文)을 지어 각 사(社)에 돌려 보여 기한에 맞춰 거의(擧義)하도록 하였다. 그 대략은 다음과 같다.
“동적(東賊)이 임금도 없고 아비도 없는 것처럼 윤리와 의리를 능멸하는 것은 부녀자와 어린이들도 모두 아는 바이니 귀신들도 반드시 벌하여 죽일 것이다. 이에 우리 의로운 선비[義士]는 함께 힘을 합쳐 괴수를 섬멸하고 따르는 자들을 풀어주어, 위로는 나라의 근심을 풀고 아래로는 사녀(士女)의 원한을 씻어 충의를 다하기로 한 맹약을 깨뜨리지 않기를 맹세한다. 그러므로 이에 돌려 보이니 생각컨대 모두 잘 알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