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로에게 보내는 글 [與徐東魯]
감영에는 잘 다녀오셨으며, 몸은 건강하시며 하신 일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까? 적진에서 군대를 일으키니, 생각건대 수고로움이 많았을 것입니다. 읍의 일이 정해졌으나 다만 자세히 듣지 못하여 매우 민망합니다. 이는 고사하더라도 지금 이와 같은 동학의 소요는 우리 고을에 닥친 큰 재앙과 관련된 것입니다. 저희 집은 비록 재난을 당하지 않았지만 두렵고 놀라서 자세하고 적절한 조치를 정하기 힘들었습니다. 다행히도 27일 밤에 저들을 토벌한 조치로 마음이 매우 상쾌합니다. 다른 읍에서도 칭송을 받을 것입니다.
감영에 보고할 때에 혹 말의 뜻이 잘못될까 염려되니, 장청(將廳)에 오가면서 살펴서 검토하십시오. 형리를 나오게 하여 초고를 청하였으므로 부득이 초고를 만들어서 주었으니, 차례로 조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을 몇 개의 조목으로 만들어 장청에 보냈습니다. 생각 밖에 여러 사람들이 의논한 것은 동도를 이용하여 동도를 공격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듣건대 매우 해괴하기에, 지붕을 바라보면서 길게 탄식한 것이 며칠이 되었는데, 조처를 취한 것을 들으니 저의 뜻에 차지 않는 것이 많아서 더욱더 탄식하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갑자기 전하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2월 중에 동학대장(東將)이 3번 바뀌었는데, 저희 형님이 일을 주관한다고 들었습니다. 생각건대 형님이 일을 처리하는 것이 반드시 사리에 어그러지지는 않겠지만, 규칙을 세운 것은 깊이 생각하여 너무 번거롭고 소란스럽게 하지 말고 너무 나약하지도 않게 하십시오. 다행히 놀란 인심을 진정하게 되기를 절실하게 바랄 뿐입니다. 저의 낮은 소견으로 몇 개의 조목을 제시하여 늘어놓았으니, 수막(首幕)의 형님과 함께 상의하여 처리함이 어떠한지요. 이만 줄입니다.
감영에 보고한 것에 대한 회답의 글을 이제야 겨우 보게 되었으며, 처결의 내용은 극히 당연하다. 많은 백성(民)들이 오랫동안 모여 있는 것을 허락할 수 없으며, 영을 내려 “다만 단속하여 기미에 따라 힘을 합쳐서 대응하고 제어하라”고 한 말은 더욱 좋은 말이다. 처결에 의거하여 거행하고 빨리 보고하며 일전에 잡령(雜令)과 관련된 이야기가 영청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이 좋겠다.
읍내의 많은 민인들이 밤마다 모였으니, 인심이 저절로 들뜨고 놀라게 되었다. 하물며 지금 보리를 뿌린 것이 가을이 되어 거두어들일 시기가 점차 가까워지는데 농사에 고용된 자들이 하루 밤 눈이 침침해지면 다음 날은 반드시 쓰러져 눕게 된다. 어찌 걱정되지 않겠는가?
며칠 밤을 살펴보니, 여러 군사들이 성을 순찰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다녀서 집집마다 깜짝 놀라게 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비록 저들을 멈추게 할 만한 단서가 뿌려진 듯하다. 그러나 한번쯤은 시행할 만하지만 어찌 여러 차례 행할 수 있겠는가? 이미 성에서 훈련하는 것이 아니며, 또 밤에 훈련하는 것도 아니다. 고용된 무리들이라 절제하거나 규율에 따를 리가 없고, 또한 대접할 것을 마련하지 못하면 배고프다는 원성만 많아질 것이며, 또 이슬 맞아가며 모진 추위에 떤다는 지탄만 받게 될 테니 어찌할 것인가? 내 생각으로는 관문에서 지키는 것은 상하를 단속하여, 각반의 관속들을 적당하게 번을 나누어 각각 공청에 있게 하고, 함부로 떠나지 못하게 하며, 삼청의 우두머리는 수령에게 아뢰어서 불시에 빠진 자들을 적발하여 징벌하도록 한다. 또 각 리와 마을마다 군막을 치도록 하고 해당 마을들은 순서에 따라 돌아가면서 경계하여 지키도록 하는 절목은 이미 일전에 행수조목行首條目 가운데에 함께 실려 있으므로 알맞게 헤아려서 처리함이 어떠하겠는가!
각 동이 군막을 친 곳에는 순라장을 정하여 밤이 깊은 뒤에 또한 적발한다. 읍내의 각 리뿐만 아니라, 각 면도 모조리 단속한 뒤에야 감영에서 처분한 내용 중에서 합세한다는 뜻을 이룰 수 있다. 전령하는 의도는 또 행수에게 보낸 글 가운데 있으므로, 어느 면 어느 리(里)에서 만일 경계하는 보고가 있으면, 읍에서 군사 몇을 거느리고, 또한 어느 길로 갈 것인지, 세력을 키우는 것 또한 근처의 면에 있는 여러 민인들을 보호하여 세력을 돕게 하려는 것인데, 이것을 두고 ‘합세한다’고 하는 것이다.
이 무렵 들리는 소문으로는 하루에도 몇 차례 헛되이 전하여지는 것이 많으니 누구는 김천길이라 하고, 누구는 약목길이라 하고, 누구는 천창이라 하고, 누구는 대마라 하였다. 읍중의 남녀들이 놀라서 곤란한 상황이다. 읍내가 이와 같으니, 바깥의 마을은 반드시 이보다 심할 것이다. 무릇 군대의 법은 정탐하는 것이 우선인데, 나의 생각은 서리나 장교 중에서 믿을 만하고 근실하여 폐단이 없는 자 몇을 정하고, 종(下隷) 몇을 골라서 정하여 만일 일이 있으면 보고하도록 엄하게 다짐하여 몇 갈래 길을 정탐하여 보는 대로 보고하게 한다. 만일 경계할 일이 있으면 급히 전달하여 읍에서 조치하도록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한다면 허실을 저절로 알게 되며 갑자기 놀라는 폐단이 저절로 멈추게 될 것이다. 읍내의 각 리(里)의 동수(洞首)에게 엄히 조절하도록 타이르고 낮밤을 가릴 것 없이 성 위에서 포를 쏘고 나팔 소리가 나면, 해당 동의 장정들을 이끌고 일제히 무기를 손에 잡고 나오도록 하며, 관문에서 신호하는 나팔을 불어 장정을 모이게 하였을 때, 어느 동이든 대기하지 않고 빠진 곳이 있으면 엄히 다스린다. 창과 봉들은 짧은 거리에 맞는 무기로서 마땅히 갖추고 있어야 하며, 활과 총은 장거리에 맞는 무기로서 갑자기 익히기 힘들다. 각 동에서 미리 주먹만한 돌을 갖추어두게 하면 적을 보았을 때 마구 던지기에 좋을 것이다.
전하여 듣건대 다음 달 초에 이 읍의 동학인들이 들어오게 할 생각으로 어제 전령을 보내 사사로이 연락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이는 제일 잘못된 계획이다. 이미 동도들을 막았는데, 어찌 도리어 동도를 불러들이는가? 따로 성주접의 책자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더욱 어처구니없는 계획이다. 천하의 일은 정도(正道)로서 만들어 간 뒤에야 일이 잘못되지 않는 것이다. 어찌하여 우리 고을 사람들을 모두 동도로 만들려고 하는가? 천만불가한 일이다.
읍촌을 가리지 않고 동학에 들어간 자는 모두가 저들 무리들을 두려워하여 화를 늦추려는 것이며, 또한 혹 재해를 당해 기근으로 먹을 것이 모자라게 되면 다행히 먹을 것이라도 얻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찌 동학의 이치를 진심으로 믿어서 그러겠는가? 이 명령이 비록 저들에게 노출되더라도 반드시 의심하여 겁을 먹고 읍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니 반드시 크게 걱정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관의 정치에 있어서 체모에 손상이 있을까 염려스럽다. 어찌할까? 어찌할까?
각 동을 경계하여 지키는 군막의 군사가 만일 정해진 수만큼 밤마다 지키게 하면 지키는 군사들이 피곤할 뿐만 아니라, 밤에 음식을 제공하기도 오히려 난감하지 않겠는가? 내 생각으로는 관아를 지키는 것과 동의 군막을 지키는 것을 가리지 않고 번을 나누는 것이 좋겠다. 본동의 성책에는 비록 20여 명이지만, 동약(洞約)은 10명마다 번을 나누는 것이다.
각 리(里)의 수막군(守幕軍)이 혹 지나가는 손님(客)을 함부로 침범하는 폐단이 있으면, 각별히 죄를 다스린다고 명령을 내려 조심하게 한다.
군막을 지키는 곳에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고함을 치고 기물을 쳐서 소요를 일으키는 것은 일체 금단하고, 다만 밤에 경계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소리를 내고, 경계할 일이 있을 경우에만 각각 총과 징 등으로 신호를 보내도록 한다.
일전의 조목들은 행수가 있는 곳에 있으니, 양형(兩兄)은 잘 살펴서 참작하여 행할 것은 행하고, 할 수 없는 것은 하지 않으면 그뿐입니다. 제 이야기가 어찌 모두 옳다고 자신할 수 있겠습니까? 대체를 말한 것이니, 우리들은 비록 유자(儒者)들의 학행을 할 수 없으나, 바른 것을 준수하고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마음은 어찌 홀로 없겠습니까?
동학의 성주접에 관한 이야기는 귀를 꽉 막고 듣지 않았으면 합니다. 『맹자』에 이르기를, “내 스스로 돌이켜보아 옳으면, 온 세상이 반대해도 나는 그 길을 갈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내 스스로 돌이켜보아 옳지 않으면 비록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라도 두려운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천하의 일은 다만 내 몸이 곧은 길로 가는가의 여부에 달렸습니다. 깊이 양해하시어 조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