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1일
아침에 비가 왔다. 호미 하나도 적시지 못하고 멎었다. 이후에 속인(俗人, 동학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이 점점 도(道, 동학)에 가입하였다. 우리 마을에서도 양반·상놈·노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도에 가입하였는데, 동네의 홍가(洪哥)가 큰아들에게 도에 가입할 것을 권하였다. 스스로 동학도(東學道)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나, 그 실체를 알 수 없었다. 홍가는 본래 심정이 나쁘지 않은 자였다.
8월 17일
저녁밥을 먹은 후에, 읍내의 손흑룡(孫黑龍) 포덕(布德)이 와서 동네의 14인과 같이 도(道)를 받았다. 밥·떡·소채·단술과 삼색 과일을 정결히 마련하고, 향을 피운 후 4배를 올린 뒤, 축문(呪文)을 네 번 읽었다. 축문을 읽으면서 도(道)에 가입한 사람의 성명을 고하고, 축문을 불사른 후에 차린 음식을 먹었다. 하늘에 고하는 법문이 있었는데, “한울님께서 감응하시어 큰 선생님께서 새로 널리 중생을 구제하실 것을 원하시니 이 도가 속히 퍼지게 하여주시어서 바라는 바대로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소원성취 비옵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또 21일[三七日] 후에 치성제(致誠祭)를 올렸는데, 축문은 없고 향을 피우고 4배를 올리고 고할 뿐이었다. 도인 가운데서 혹 행패를 부리고 난을 일으키는 자가 있으면 작당하여 말하길, “시끄럽다.” 하고, 귀를 막고 듣지 않은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도인들의 인사법(人事法)에는 상하도 노소도 없고 접장(接丈)의 말만 있을 뿐이었다. 동네에 정서방(鄭書房)이라는 한 속인(俗人)이 있었는데, 도인인 상놈 늙은이를 대하면서 존대를 하였다. 그러자 이 노인이 심중에 분기가 있었던지라, 어느 날 밤 반말로 정서방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무수히 퍼부었는데, 차마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