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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일러두기

동비를 물리치자는 글(斥東匪文)

우리 동방은 본래부터 예의지방(禮義之邦)이라 일컬어졌으며, 우리 영남 지방은 또한 동방의 추로(鄒魯)의 고장입니다. 지난 500년간 선왕(先王)들이 배양시킨 은택과 70고을 명현들이 적셔 물들인 유풍이 어떠하였습니까? 그런데도 불행히 근일에 이르러 하나의 사악한 기운이 그 사이에 싹터서 동학(東學)이라 일컬으며, 선불(仙佛)을 흉내 내며 척교(蹠蹻)와 같은 큰 도적 무리가 되어 미쳐 날뛰고 방자하게 구니, 국가도 없고 백성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의 죄상을 밝히자면≫ 첫째는, 계룡의 새로운 백성[鷄龍新民]이라 스스로 일컬으며, 관부(官府)를 불태우고 군기(軍器)를 빼앗으며 반란의 형적을 이미 다 갖추었으니, 이는 조정을 향해 저지르는 대역 죄인입니다. 둘째는, 여염집을 휩쓸고 다니면서 해치고 산업(産業)을 노략질하며, 남의 부형(父兄)을 얽어매어 끌어들이고 남의 부녀자를 욕보이니, 민간의 사나운 도적입니다. 셋째는, 선비들을 협박하여 그 무리에 몰아넣고 저지르는 악행이 끝이 없으니, 이는 유학을 어지럽히는 도적입니다[斯文之亂賊].

아! 춘추대의(春秋大義)에 따르면 이 중 하나만 있어도 사람마다 들고일어나 토벌할 것이로되, 하물며 이들은 하나의 도적떼가 세 가지 죄를 모두 가지고 있음에야 더 일러 무엇 하겠습니까? 그들의 죄는 천지 사이에서 관대하게 용서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사기(士氣)가 꺾이고, 인심이 크게 놀라 있으니 감히 누가 어찌할 수 없는 것입니까? 심지어 병권을 쥐고 있는 감영과 법을 집행하는 관리가 저들의 무리가 많음을 두려워하여 오로지 지키기에만 급급하매 저들의 세력은 더욱 뻗어 날뛸 것이라, 장차 천강(天綱, 天道)이 끊어지고 지유(地維, 地道)가 떨어지리니, 어찌 간담이 서늘하지 않겠습니까? 적(籍)이 이르길, “많은 무리는 범하기 어렵다[多黨難犯].”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초(楚)나라의 항우(項羽)가 진(秦)나라의 호해(胡亥)를 공격하면서 인심을 잃는 악행을 쌓아 마침내는 멸망하지 않았습니까? 하물며 저들은 백정의 무리들을 모아 놓은 집단이라 아침에는 모이고 저녁에는 흩어져 통솔할 자도 없고 또한 절도나 규율도 없으니, 우리의 의로운 북소리를 한번 듣는다면 우러러 바라보며 우리의 기세에 압도되어 놀라 흩어져 마치 썩은 나무를 넘어뜨리듯 쉬울 것이라, 저들의 강함이 족히 믿을 만한 것이 되겠습니까? 무릇 완영(完營, 전주감영)이 함락된 것은 서리와 관노가 서로 다투었기 때문이고, 고부(古阜)의 변은 민란이 일어나 내부에서 호응했기 때문이며, 성주(星州)의 불길은 지키던 자들이 성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저들의 위세가 무엇이 두려워할 만한 것이 있고, 지난날의 실수를 경계로 삼아 몸을 사리고 있겠습니까? 지금의 형세는 저 사악한 무리를 물리친다면 우리에게 반드시 살 길이 열릴 것이지만, 물리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일신도 편안히 둘 곳이 없게 될 것입니다. 삼가 바라노니, 모든 군자(君子)는 같은 목소리로 의(義)를 높이 들어 위로는 방백(方伯)에게 고하여 이웃 고을에는 격문을 돌려 우리를 날로 강해지게 하고 저들을 날로 고립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니, 각자 떨쳐 일어나 대의에 힘을 보태 주신다면 심히 다행이겠습니다.

주석
동방의 추로(鄒魯) 추(鄒)는 맹자(孟子)의 고향이고, 노(魯)는 공자(孔子)의 고향이다. 따라서 ‘추로(鄒魯)’는 이후 예절을 알고 학문이 왕성한 곳을 가리키게 되었다.
척교(蹠蹻) 큰 도적 무리로 도척(盜跖)과 장갹[莊蹻]을 말한다.
계룡의 새로운 백성[鷄龍新民] 계룡신민; 전봉준은 농민군 봉기가 계룡산의 정기를 받았다고 하여 닭고기를 먹지 못하게 했다. 『정감록』에는 계룡산은 후천도수에 따라 새로운 세상이 열릴 때 도읍지가 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신민은 새로운 백성을 의미한다.
적(籍) 초(楚)나라 항우(項羽)의 이름이 항적(項籍)이었다.
성주(星州)의 불길 경상도 성주에서는 1894년 8월 김산의 농민군과 합세해 관아를 차지하고 읍내를 횡행하며 경상도 일대의 농민군 봉기를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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