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봉진 방시문 [先鋒陣 榜示文]

아! 슬프도다. 너희 비류는 모두 나의 말을 들어라. 너희들이 배운 것은 무슨 학(學)이며, 너희들이 믿는 도(道)는 무슨 도란 말이냐? 나라에서 높은 벼슬을 한 사대부들과 그들의 집안까지도 강제로 무리에 끌어들이고, 밭에서 일하는 농민들도 비록 어리석으나 협박을 하여 한 무리로 만들고, 남의 재산을 빼앗고, 남의 무덤을 파헤치고, 남의 집을 불살라버리고, 남의 부녀자들을 겁탈하고, 남의 자제를 죽이며, 끝내는 무기를 몰래 빼앗아 장리(長吏)를 살해하는 데까지 이르렀으니, 진실로 학(學)의 큰 변괴(變怪)이고 도(道)의 큰 적(賊)이다. 이른바 천주(天主)에게 신령함이 있다면 반드시 너희들에게 재앙을 줄 것이고, 부적(符籍)이나 주문(呪文)에 영험이 있다면 반드시 너희들에게 형벌을 내릴 것이다.

치우(蚩尤)가 안개를 토해내는 능력이 있었어도 끝내 죽임을 당했고, 장각(張角)이 신을 마음대로 부렸다고 하지만 마침내 소멸되었다. 너희들은 본래 이러한 사술(邪術)도 없으면서 터무니없는 말로 떠들고 남을 속여서 겁탈하고 훔치는 칼자루로 삼고 있으니, 이와 같이 하고도 살아남는 일은 신(神)의 이치에 없도다.

진작에 군대를 일으켜서 너희의 죄를 묻는 일이 당연하지만 지금 이렇게 은혜로 실오라기 같은 생명을 용서해 주는 것은, 너희 또한 우리 조상들께서 교화시켜 훈육해온 백성이고, 밝고 인자하신 우리 임금의 어린자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오히려 이러한 것을 믿고 스스로 다행하게 여기고 스스로 미혹한데로 빠져서 감히 조정의 명령을 거절하고 옛날의 악행을 고치려 들지 않고 모여서 떠들고 날뛰며 날로 더욱더 방자하고 패악하게 하니 귀신이 노여워 한지 이미 오래되었고, 하늘도 싫어함이 또한 간절하다.

아! 너희 수괴(首魁)는 만 번 베어도 아까울 것이 없지만 너희 무리들은 무슨 죄란 말이냐? 황당무괴한 것으로 서로 속이고 뜬소문으로 사람을 모으다가 비바람이 살갗에 닿고 춥고 배고픔이 뼈에 사무쳐 올 것이다. 비유하자면 마른가지가 절로 봄볕이 끊어지고 음산한 기슭에 절로 햇빛이 차단된 것과 같다. 제 각각 분연히 깨달아서 혹은 함께 수괴를 목 베어서 부대에 바치고, 혹은 의병(義兵)을 일으켜서 반란을 소탕시키는 것이 진정으로 전화위복을 하는 기회이다.

아! 콩·보리 등의 곡식이 이미 익고 무우·배추 등의 채소를 수확할 때이니 모두들 너희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을 봉양하고 처자를 편안케 하라. 그렇지 않다가는 몸이 도끼날 앞에 엎어지고 뼈가 모래더미에 파묻히게 될 것이니 그렇게 되면 놀라고 원통한 귀신이 저 어두운 지옥 속에서 울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희들의 부모는 마을 문에 기대어 바라보고 있을 것이고, 너희 처자는 문에 기대어 울고 있을 것이니 진실로 사람다운 마음이 있다면 어찌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이 없겠는가? 이 말을 듣고 귀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