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同日]
온양군수가 보고하는 일입니다. 사또의 비밀 공문을 거행한 연유를 보고한 서목(書目)에 대한 회답의 내용에, “2명의 정(鄭)가가 한편으로 모두 우두머리 아전으로서 사도(邪道, 동학을 가리킴)에 물들었는데 비록 행패를 부린 작태가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징계해야 하는 것은 마땅히 다른 사람의 배로 해야 한다. 정제권이 휴가를 갔다 오기를 기다렸다가 일체 엄히 곡절을 조사하여 보고할 것이며, 방성모는 기필코 추적하여 잡아야 하고 죽은 편가와 본래 없는 구용도 반드시 잘못 기록되어 있을 것이니 또한 잘 따져서 실정을 얻은 뒤에 모두 소상하게 급히 보고하도록 하라”고 하였습니다.
휴가를 준 정제권은 어제 모두 엄히 조사하여 심문하니 정석호가 아뢴 내용에, “동도가 왕래하며 위협할 때에 간신히 도피하였다가, 바로 8월 11일에 이인의 동도에게 몽둥이를 맞아 거의 죽다가 간신히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다리가 지금도 마비되었으나 지금껏 요행으로 피하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으니, 오직 분명하게 조사하여 보고해 주길 원할 뿐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방구현·정제권 등이 아뢴 내용에, “지난 8월 동도가 종종 왕래하며 양반댁과 저희들을 막론하고 혹은 잡아가서 곤장(棍杖)을 치기도 하고 혹은 가두기도 하고 혹은 곡식이나 돈을 빼앗기도 하면서 스스로 말하기를 ‘나라를 위하고 백성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마치 금령(禁令)을 풀어놓은 듯이 끝없이 행패를 부려서 형세상 날로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억지로 무리에 들어가게 하니 이때를 당하여 이와 같이 쇠잔한 읍에서 금할 수가 없었으며, 만약 동학이 아니면 동학의 화를 면하기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물들었습니다. 이것을 두고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동학이라고 칭하여야 겨우 동학의 작패를 면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실제 원수로 여김이 매우 극심하였으며, 저희들은 전후로 애당초 털끝만큼도 읍이나 마을에 폐를 끼친 일이 없음을 위아래 사람들 모두 아는 바입니다. 곧 9월 초에 《동학농민군이》왕래하는 폐단이 조금 안정되었기 때문에 모두 한 사람도 남김없이 동도를 배반하고 다시 방비할 대책을 정하였습니다. 오직 원하건대, 밝게 조사하고 보고하여서 중죄를 면하게 하여 주십시오”라고 하였습니다.
이 아전들이 애당초 행패를 부린 일이 없고 스스로 한 사람도 침탈당한 사람이 없다고 분명히 밝힐 수 있습니다. 당초 강제로 동도에 들어갈 적에 그 숙질(叔侄)과 형제가 그 속에 다 들어가지는 않았고 몇몇만이 부득이하게 따라 참여하였던 것입니다. 겉으로 동학이라고 하며 힘써 그 폐단을 금하고 안으로는 실질적으로 원수같이 여겨 진실로 읍을 보호하는데 이르렀습니다. 9월 초에 동도를 배반한 것은 군수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또 지난번에 비도가 군대의 무기를 빼앗고자 할 적에 함께 상의하여 성(城)을 지키는 군대 200명이 매복해 있는 것같이 허장성세를 하여 비도들로 하여금 도망가게 한 일이 있습니다. 이들은 실지로 본 읍의 간성(干城)이며 군수의 심복입니다. 이들 몇 사람에게 성을 지키라고 별도로 정하였기에 정석호는 애초에 사교(邪敎)에 물들지 않았습니다. 방구현·정제권은 잠시 사교에 물들었기에 죄가 없을 수 없으나 그 뜻한 바를 살펴보면 실로 용서해 줄만한 것이 있으니 참작하여 용서하여 주는 것이 합당할 듯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연유를 사실대로 보고하니, 사또께서 이것을 참작하고 헤아려 각별히 구별하십시오.
정석호·방구현·정제권 등은 이에 그대로 군(郡)의 옥에 가두었으며 방성모는 계속하여 더욱 기찰하고 정탐하여 잡아가둘 계획입니다. 방구용은 과연 이름이 같은 자가 없고, 편명철은 죽은 것이 사실인데 그의 아들 덕진(德眞)은 가죽을 가지고 일을 하는 놈으로 소가죽을 지고 팔러 가려고 지난달 그믐 즈음에 나갔기에 이런 사정을 보고합니다.
제(題): 3놈의 죄수가 진술한 해명이 그와 같은데 믿기가 어렵다. 진실로 빨리 무거운 법률을 시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큰 일이 닥쳐오고 있는데 이 따위의 일은 오히려 작은 일에 속하니 이전과 같이 엄히 가두고 편·방 2놈은 기필코 잡아들이고, 방구용은 다시 즉시 자세히 조사하여 일체 보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