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同日]

교도중대(敎導中隊)가 보고하는 일입니다. 청주진(淸州鎭)으로부터 지난 달 26일 자시에 휘하의 병사와 진남영의 병사 100명·일본군 주력부대와 더불어 합세해 출발하여 회덕(懷德)의 지명(至明) 장터에 도착하여 보니 저 무리들의 숫자가 몇 천 명인지 알 수가 없고 물《갑천》건너에 진을 치고 있는 적의 형세가 자못 괴이하였습니다. 한바탕 뒤섞여 싸워 죽인 자가 수십 명이 되고, 나머지 무리들은 사방으로 도망가고 숨어서 모두 다 죽일 수가 없었습니다.

생포한 동도 13명 중에 정복기(鄭福基)등 6명은 본래 농민인데, 비록 비류로 인해 빠졌으나 흉악한 무리의 위협과 핍박 때문이지 실지 본심이 아니라고 하면서 귀화를 애걸하였기 때문에 타일러서 석방하였습니다. 박성엽(朴聖燁)등 7명은 여러 가지로 부릴 행패가 지극히 놀랍기 때문에 문의(文義) 남쪽 장터에서 죽여서 많은 사람들을 깨우쳤습니다. 장차 공주를 향하고자 병사를 합세하기 위해 29일 행군하여 부강 신대(新垈)에 도착하였더니 정탐한 자의 소식에, “저 무리들이 회덕에서 기세가 크다”고 말하여서 문의읍(文義邑)으로 군대를 돌려서 토벌하여 섬멸할 것을 도모하였습니다.

내려 보낸 군량미는 불과 며칠 안가 떨어질 지경입니다. 이달 초 9일부터 시작하여 영관 이하 마부(馬夫)에 이르기까지 318명 중에 마부 2명은 서울로 올라가서 실제로는 316명이니, 군량미와 짐 싣는 말 43마리의 죽 값을 모두 즉시 넉넉하게 날을 잡아 내려보내 주어서 궁색하여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제(題): 비도를 섬멸하여 죽이고 나머지 무리들을 격퇴시키고 몇 놈을 사로잡은 것은 군사의 마음이 힘을 합하고 뜻을 다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또 경중을 구분해 참작하여 처리함은 더욱 당연한 일이다. 즉시 사유를 갖추어서 보고를 전하겠다. 한번 과천에서 나누어 징발한 뒤로 처음부터 행적에 대하여 한 번도 보고한 것이 없으니 군대의 일에 있어 대단히 소홀하다. 다만 앞으로의 일을 보고 잠시 참작해 용서할 것이니 이 뒤로는 조금도 전과 같이 하지 말고, 일에 따라 즉시 보고하여 다른 곳으로 전달 보고할 수 있게 하라. 군량미와 부식에 대해 말하자면 본래 정해진 날이 있는데 지금에 이르도록 보고하지 않았는데 형편이 그렇게 되었다. 비단 조처하는 일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또한 전하여 보낼 길이 없으며 또한 이러한 뜻으로 보고하였다. 또 회덕을 향하는 군사가 피곤하여 지극히 민망하고 급박하다. 계속해서 급히 보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