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同日]
천안군수가 보고합니다. 천안군 북일면(北一面) 송당(松堂)에 사는 신재호(申在浩)는 비록 천한 사람이나 나라의 은혜를 입어 촌에 살면서 지조를 지키며 농사를 짓고 살았습니다.
요사이 동학의 기세가 대단히 성하여 비류가 멋대로 침탈하여 그 괴로움을 견디기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동도에 들어가 스스로 접주가 되어서 그 난류(亂類)들을 막아내어 부근의 각 마을이 편안히 살게 되었습니다.
한번 효유문(曉諭文)을 듣고서 곧바로 동도를 배반한다는 다짐을 올린 뒤 읍(邑)의 일에 힘을 쓴 것은 마을사람들이 모두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동도에 들어갔던 문서를 불태우지 않은 까닭에 죄안(罪案)이 성립되어, 이미 지난 달 25일에 직산에 머물고 있는 본 진영의 별군관 최일환이 체포하여 갔습니다. 지금 면(面)에서 보고하고 동(洞)에서 하소하기까지 하였으나 본 군에서 마음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군관소(軍官所)가 그 일을 자세히 탐문하고 관아에서 지령을 내린 것을 살펴본 뒤에 이달 초 2일에 본 군으로 압송하였기에 군(郡)의 감옥에 엄히 가두었습니다.
대개 신재호는 처음에는 부득이하여 잘못 들어갔지만 나중에는 분연히 마음을 고쳐먹었으니 곧 진실로 선량한 백성입니다. 백성들을 아끼는 도리에 있어 하나같이 감옥에 가두어 엄히 다스려서는 안 되기에 이에 사실에 근거하여 우러러 보고합니다. 사또께서 참작하시어 특별히 방면하여서 권선징악(勸善懲惡)으로 삼는 것이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사정을 말씀드립니다.
제(題): 동학을 배반했다고 말하지만 그대로 관련 문서를 두고 있으니 이것이 무슨 뜻인가? 그가 비록 입이 열 개라도 어찌 변명할 것이 있겠느냐? 그러나 보고한 것이 이와 같이 명백하니 그곳 마을의 두민을 불러 다짐을 받은 뒤에 우선 그곳 마을에서 보증하고 풀어주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