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同日]
온양 동하면(東下面) 사람들이 올립니다. 죄가 있는 사람은 죽고 죄가 없는 사람은 사는 것이 천리(天理)의 당연함인데 지금 죄 있는 자는 살고 죄 없는 자는 죽게 되었으니, 형벌이 잘못된 것입니다. 살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싫어하는 것이 보통의 인정입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천진(天陣)의 도끼도 피하지 않고 죽음을 무릅써 하소연하는 것은 죄 없이 죽게 되어서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자세히 살펴주십시오.
갇혀 있는 죄인 한명오는 본 면의 풍헌(風憲)으로서 나이가 50세가 넘었고 기질이 곱고 약하여 입으로는 망언을 하지 않고 발로는 험한 곳을 밟지 않아 온 면(面)에서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칭찬합니다. 지금 의병이 지나가면서 전깃줄 몇 꾸러미를 찾아내서 이것으로 죄를 삼아서 위로 주력부대에 보고하여 예측할 수 없는 지경에 빠졌으니 어찌 원통하지 않겠습니까? 전깃줄이 나오게 된 것은 그의 처남(妻男) 박윤보(朴允甫)가 천안원(天安院) 거리에 사는데 청(淸) 나라 군대가 머물렀을 때 전깃줄을 다 잘라놓자 아무것도 모르는 박윤보가 전깃줄 몇 발을 거둬 왔습니다. 박가(朴家)가 죽고 그의 자녀와 친척이 없어서 그 살림살이를 실어 올 때에 함께 가지고 온 것입니다. 한명오가 이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일에 빠져 진실로 뜻밖에 재앙을 당한 것이니 즉시 석방하여 주십시오.
제(題): 모두가 하소연한 것이 과연 정확하다면 아직 한 번의 보고도 없는 것이 매우 의아하다. 자세히 조사하여 급히 보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