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同日]

출진한 장위영 부영관 겸 죽산진 토포사가 보고합니다. 제사에 의거하여 날짜를 정하여 공주로 가기 위해 이달 초 9일에 해미를 출발해서 홍주에 도착하여 유숙한 연유는 이미 보고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초 10일에 30리를 가서 대흥읍(大興邑)에 유숙하고 유회소의 적시한 바에 따라 동도를 체포하여 즉시 처결하고, 11일에 40리를 가서 공주 유구에서 유숙하였습니다. 그랬더니 12일 축시에 도착한 전령의 내용에, “곧바로 정산에 가는 길로 출발하여 편의대로 군사를 합하여 기다리라”고 하여 명령에 따라 군대를 돌려 정산 길로 나갔습니다. 앞서 11일 신시 쯤에 유구에 도착하여 유숙하기 위해 군사들을 쉬게 하였는데, 의병부대로부터 체포해 보낸 동도 9명은 바로 유구에 사는 놈들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진술을 받아보니, “유구의 이른바 충경포(忠慶包)는 4∼5천명이 되며, 저들이 약속을 정하여 그날 밤이 깊어지면 산에 올라가 총을 쏘아 뭇사람의 마음을 현란하게 한 연후에 경군의 무기를 빼앗고 경군을 죽여서 그 빼앗은 무기로 강의 북쪽에 있는 동도를 지원하려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진술을 받았기 때문에 저녁밥을 먹으라고 이미 알렸는데도 먹을 겨를도 없이 황혼에 군사를 출동시켜 갑자기 저들을 체포하여 밤을 새워 천여 명을 잡아서 다행히 그 화를 면하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여러 놈들에게 물으니 거괴가 매우 많고 협박에 끌려간 사람도 헤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치에 따라 마땅히 다 죽여야 하나 감히 수괴만을 죽이고 협박에 따라간 자는 다스리지 말라는 뜻을 따라 거괴만을 죽이고 따라간 자는 석방하였습니다. 유구는 온통 적의 소굴이었는데 오늘 제거한 것은 또한 전투를 벌여 죽인 것에 뒤지지 않습니다. 또한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뒷길을 열게 하여 무고한 백성을 하나라도 구제한다는 것이 계획입니다. 금영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세 갈래 길이 있는데, 동쪽으로 대교가 있고 중간에 광정이 있고 서쪽에는 유구가 있습니다. 유구로 가는 길은 여기서부터 막힘없이 트여 있으나 대교와 광정은 근래에 어떠한 상태인지 모르겠습니다. 남북의 양쪽 적이 서로 의지하여 경군을 포위하는 것을 최상의 계책으로 삼을 것인데, 그 헤아릴 수 없는 일은 오직 깊이 살피는데 있습니다.

처결한 여러 놈들의 이름을 다듬어 책으로 엮어 보고합니다. 거괴 중에 선봉진 별군관 1명이 있는데, 듣고 물은 것이 크게 다르고 저지른 일도 또한 많아서 즉시 마땅히 처결하여 뿌리를 제거해야 하나 이는 군관에 관계되기에 회답을 기다렸다가 처치하기 위해 공초를 받아 첨부하여 보고합니다. 대흥읍에서 처결한 동도의 성명을 책으로 엮어서 모두 보고합니다.

제(題): 비류들이 이른바 포를 설치한 것을 치밀하게 찾아보면 마땅히 괴수와 협종자의 구별이 없을 것이고, 그들이 귀화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당장에 거역하는 모습이 없다. 다만 저 무리들이 공술한 것만으로 옥석이 모두 타버리는 지경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러한 처지를 당하고 그들의 공초를 들으니 어찌 용서해 줄 수 있겠는가? 당초 군관에 임명할 적에 그가 사악한 도에 물든 것을 상세히 알 수 없었으니 그를 백성들을 안도케 하는 표본으로 삼도록 하라. 임명장은 본 진영에서 즉시 환수하고, 만약에 당장에 범한 것이 없으면 아직 조정의 관원이니 마음대로 하지 말고 회답을 기다렸다가 거행하기 위해 잠시 부대 안에서 대령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