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휴 11월 17일 [豼貅 十七日]
서천군수(舒川郡守) 유기남(柳冀南)이 보고합니다. 군수가 이달 초 7일 부임하였습니다. 본 읍이 호남에 인접해 있어서 때때로 비류가 강을 건너 노략질하니 민심이 위태하고 두렵게 여겨 모두 흩어질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성을 지키는 일은 잠시도 늦출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백성들에게 널리 알려서 즉시 귀순해 모이게 하였는데, 경내의 여러 백성들이 다행히 잘 알아듣고 따라서 번거로운 말이 필요 없이 다투어 먼저 와서 모였습니다. 그런데 무기는 전에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잃어버려 병사들이 모두 빈주먹이어서, 싸워 막아낼 방법이 없어서 그 선후책을 기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물며 지금 모인 자들을 보니 3천여 명이 되는데, 아침저녁으로 먹는 것과 또 많은 비용이 날로 수백 금(金)에 이르러 읍은 쇠잔하고 백성은 가난한데 갖추어 낼 수가 없었습니다.
부득이하게 어떤 항목의 공납(公納) 중에서 우선 가져다 사용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군기는 다른 읍 동도의 손으로 들어가서 비록 찾고자 하였으나 매우 급한 상황이라서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때에 행패를 부린 저들의 괴수가 모두 죄가 커서 용서받기가 어려움을 알고 호남으로 도망갔습니다. 바야흐로 지금 기찰하고 정탐하여 법률로 다스려 징치할 것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후의 상황은 계속하여 보고할 계획입니다.
제(題): 군수가 자리를 비운 때에 민심이 소요를 만났으니 어찌 일이 매우 번거롭고 바쁘지 않겠는가? 대중의 마음이 성(城)을 이루니 오직 구휼함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날마다 소비되는 식량으로 말하자면 장차 어떠한 것이든지 옮겨다가 사용한 뒤에 순영과 본 진영 양쪽에 보고하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