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同日]

통위영의 우참령관(右參領官) 장용진이 보고합니다. 이달 14일 진시 쯤에 선봉진과 주력부대가 동시에 출발하여 참모관 권종석, 별군관 유석용·이지효·황범수·이주서 등과 더불어 유시 쯤에 용수막 30리 쯤 되는 곳에 도착하여 유숙하였습니다. 선봉진은 공주로 돌아와 주둔한 뒤에 일본 대위의 부대와 더불어 각각 적절히 배치할 것을 정하여 해시 쯤에 일본 대위의 지휘에 따라 참모관 권종석, 별군관 유석용 등을 이인에 주둔해 머물고 있는 장위영에 보내어 노성읍 서쪽 길을 따라 곧바로 들어가게 하였고 일본군 대위의 부대는 곧 노성 봉수대의 뒷길을 따르고, 본 부대는 곧 경천 길을 따라서 곧바로 노성 동쪽 길로 들어가는 등 모두 세 갈래 길로 자시에 출발할 뜻으로 약속을 정하였습니다. 상지(相池)로 간 좌(左) 3대(隊)의 부대가 일제히 도착하기를 기다려 때맞춰 출발하여 곧바로 노성의 동쪽 길에서 적이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들어가니 날이 밝았습니다.

이른바 주둔하고 있는 적은 마치 사람이 없는 것 같이, 조용해서 의아하여 짐짓 총을 쏘아 떠보니 봉수대 뒤쪽의 일본 병사들과 서쪽 길로 진군해온 장위영의 부대가 일제히 소리에 응하여 양쪽 길에서 달려와 형세가 산악과 같았습니다. 일제히 노성읍으로 나가서 사방으로 흩어져 추격해 체포하였는데 각 부대에서 체포하는 대로 대개 총살하였습니다. 비류들이 논산 등지로 도망갔다는 소식을 듣고 길을 나누어 나가보니, 과연 큰 마을 뒤의 둥근 봉우리 위에 잡다한 깃발을 늘어서 꽂아 놓고 간간히 총을 쏘아 보기에도 통탄스럽고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병사, 대관, 참모관, 군관 등을 독려해서 힘을 다해 산으로 올라가니 약간 주둔해 있는 적들이 모두 도망을 갔기 때문에 그 지역을 빼앗아 차지하고 잡다한 깃발들을 뽑아 버린 뒤에 깃발을 흔들어 신호를 보내 관군이 차지한 것을 알게 하였습니다.

또 봉수대의 높은 봉우리를 바라보니 주둔해 있는 무리들이 있는데 거리가 몇 리 쯤 되었습니다. 승세를 타서 일본 병사들과 함께 일제히 나아가서 함께 올라가 빼앗아 차지할 때에 장위영의 주력부대가 또 한쪽으로 도착하여 힘을 합쳐 토벌하여 다 쫓아냈습니다. 한편으로는 총을 쏘아 죽인 자도 매우 많았는데 그 숫자는 자세하지 않습니다. 10리 쯤에 이르니 날이 이미 저물고 각 부대가 모두 논산으로 돌아가 주둔하였는데 몇 백 호 되는 마을이 모두 텅 비어 있어 보기가 참혹했습니다.

밤을 새운 뒤에 다음 날 16일 높이 올라가 멀리 바라보니 적들의 형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적들이 곧바로 호남 쪽으로 도망갔다는 소리를 들었으므로 각 부대는 노성읍의 길로 돌아와 주둔하였다가 어떤 강촌(江村)에 도착하였는데, 화약을 제조한 곳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또 접(接)을 설치해 둔 곳이 있다고도 하였습니다. 참모관, 별군관 등이 병사 몇 사람을 거느리고 곧바로 그 집에 들어가서 화약제조 기구를 모두 부숴버리고, 남아 있는 깃발과 짚신 등의 잡다한 물건 따위를 모두 부숴버렸습니다. 일본군 대위의 지휘에 따라 경천점의 앞길에서 주둔하고 방어하였습니다. 각 소대의 장졸들은 하나도 다친 사람이 없었으며, 빼앗은 군수물자와 힘껏 먼저 적진에 올라간 장졸의 성명은 차례로 책으로 엮어 보고할 계획이며 이런 사정입니다.

제(題): 이번에 비록 크게 이겼으나 다 추격해 체포하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 모두 책으로 엮어서 다시 자세히 보고하라. 경천에 주둔하여 머문 것은 이미 일본군 대위의 지휘에 따른 것이라 하였는데 다시 마땅히 상의한 후에 지시하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