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9일 [同日]
병마절도사가 상고하는 일입니다. 비류가 장흥을 함락한 사정은 어제 이미 급히 보고하였거니와 이어 동태를 탐색하여 보니 비류가 장흥부사를 총살하고 이어 시체를 불로 태웠으며 총검으로 사람들을 찔러 죽여 시체를 쌓아 놓은 것이 산과 같고 피가 흘러 방아공이가 뜰 지경이니 피비린내 나는 악취가 온 성안에 가득하며 각 관아 건물과 인가는 모두 불에 타고 다만 객사만 남았습니다.
초 6일 사시 경에 벽사역의 뒤 고개에 이동 주둔하고 미시 경에 다시 장흥과 강진의 본영 접계인 사인점(舍人店) 앞들로 이동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본영과의 거리가 10여 리에 불과한데 《동학농민군이》흉특한 말을 큰 소리로 말하고 낭자하게 선전하여 동에서 말하고 서쪽을 공격함이 과연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미약한 군사로는 방어할 계책이 없고 위급한 화는 급박하게 닥쳐옴에 어찌 두렵고 위급하지 않겠습니까? 장흥 부사가 피살됨에 관인과 병부도 어느 곳에 떨어졌는지 알지 못하고 공형도 함께 죽어 일을 보는 사람이 없고 온 성 안이 텅 비었으니 공문이 더딘 것도 강하게 책망하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저들과 상대할 군사가 같은 시각에 없으면 본 병영이 없어지는 것을 서서 기다릴 염려가 있으니 귀 진영으로부터 특별히 속히 지원하여 본 진영을 온전하게 하여 주면 천만다행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