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일 [同日]
함평현감이 보고합니다. 방금 도착한 비밀문서 내용에, “비류가 지금은 이미 흩어져 모여 있는 곳이 하나도 없지만, 거괴는 반드시 마을에 숨어 있을 것이니 각 면리와 바닷가에 엄하게 명령하여 흩어져 도망가는 자를 모두 붙잡아 들이라. 이름 있는 괴수와 각처에서 행패를 부린 접주는 반드시 성명을 바꾸었을 것이니, 위협에 못 이겨 따른 자라 하더라도 더욱 각별히 엄하게 조사하여,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실정을 알아내어 엄하게 가둔 뒤에 보고하라”고 하였습니다.
비류가 날뛴 지 아홉 달이 되어감에 그 거괴와 접주의 성명을 현감과 이교가 모두 소상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학농민군을》체포할 때에 옥석이 모두 불에 타거나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는 일[薰蕕之莫辨]이 없습니다. 저들이 비록 성명을 바꾸더라도 자연 여러 사람의 눈이 있으며, 장차 혹 흩어져 숨더라도 여러 백성들의 입을 막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거괴와 접주를 잡아들인 자에게 등급을 나누어 포상하겠다고 이미 각 면리에 명령한 바가 있은 후 숨은 놈을 포박하여 잡아들이는 일까지 있고 또 가리켜 주는 일도 있어서 놓치는 염려는 없을 것입니다.
수성군 3,000여 명이 마을 사람들과 마음을 같이하고, 대부분 용맹스럽고 영리하여 물불을 가리지 않고 힘을 합쳐 뒤좇아 잡으니 놓칠 염려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 하늘과 땅의 그물[天羅地網]이 쳐졌으니 어찌 벗어나 면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이 벌하고 귀신이 죽이는 때에 쥐처럼 새어 도망갈 수 없으니 바로 모두 다 죽일 때입니다. 이미 붙잡은 자들은 날마다 급히 보고하여 부지런함과 태만함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본 함평현감은 바라건대 수령의 책무를 도모하고 오로지 백성을 보호하는 방법만을 생각하며 저들을 제거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사정을 보고합니다.
제(題): 함평현이 비류를 제거함에 크게 방비책이 있음은 이미 익히 들었으니 각별히 더욱 끝까지 적발하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