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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순무선봉진등록 巡撫先鋒陣謄錄
일러두기

12월 21일 [同日]

교도 중대장이 보고합니다. 이달 15일 장흥읍(長興邑)에 도착하여 읍의 사정을 정탐하니 지난 초 5일 이방언(李方彦)이 비도 수만 명을 거느리고 성안을 함락하여 여염집에 불을 질러 가옥이 즐비하게 타서 성 안팎에 남아 있는 가옥의 수가 30호에 불과하며, 백성을 살륙하여 쌓인 시체가 산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장흥부사를 동문 밖 사람이 다니지 않은 곳에서 총살하였는데, 동촌의 어떤 과부와 노가 시신을 거두고 몰래 장사를 지냈으니 그 마음이 어여쁘고, 그 뜻이 상줄 만합니다. 온 성이 겁박을 당한 뒤에 통곡 소리와 참혹한 모습을 귀로 차마 들을 수가 없고 눈으로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이를 말하자니 실로 가슴 아프고 놀랍습니다.

부대를 주둔하고 다리를 잠시 쉴 때에 뜻하지 않게 비류 수 삼만 명이 남으로는 높은 봉우리 밑에서부터 북으로는 뒷산기슭의 주봉(主峰)에 이르기까지 산과 들에 가득하여 수십 리에 뻗히도록 봉우리마다 나무 사이에 깃발을 즐비하게 꽂아두고 함성소리를 지르며 포를 쏘아 죽이는데 날뛰는 기세를 감당하기가 몹시 어려웠습니다. 얼마 안 되는 주민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달아났는데 간 곳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군 중위와 상의한 뒤에 통위영의 병사 30명으로 뒷산기슭 주봉에 있는 적들을 막게 하고, 본 부대의 병사는 일본 병사와 더불어 성 모퉁이 대숲 아래에 매복하고, 먼저 민간의 병사 수 삼십 명을 내보내 《동학농민군을》 평원 뒤로 유인하게 하였습니다.

사졸들이 모두 충의를 떨쳐 총을 뽑아들고 두 갈래로 나누어 진격하자 《동학농민군의》전열이 차례로 무너져서, 진격하고 싸우기를 반복하여 총을 쏘아 죽인 것이 수백 명이었습니다. 노획한 군수물건은 크고 작은 대포 4좌와 회룡총 1자루이며, 그 나머지 활·화살·탄약과 잡기류는 모두 불에 태웠습니다. 20리 되는 자오현(自吾峴)까지 추격하자 이 때 해는 서산에 걸려 있고 북풍 찬바람은 불어오고 병사들은 굶주린 기색이었습니다. 또한 하물며 남쪽을 바라보니 깊은 계곡이 구불구불 이어져있고, 대숲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잘못될 염려가 있을듯하여 즉시 본 진영으로 회군하였습니다.

이때 한편에서는 통곡하고 한편에서는 기뻐 웃었으니 하늘의 뜻과 인심이 환히 서로 부합된 것입니다. 이튿날 군대를 머물러 주둔하고 공고문을 게시하여 붙이고 백성들을 타이르고 어루만졌습니다.

17일에 출발하여 남면 40리 지점에 있는 죽천(竹川) 장시에 도착하니 남쪽으로 큰 바다가 비껴 흐르는 것이 보이고, 산천이 험하고 가파른데 어느 비류인지 4∼5000명이 또 옥산리(玉山里)에 진을 치고 있다가 때로는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포를 마구 쏘기도 하였습니다. 저들의 소행을 살펴봄에 여전히 이렇게 날뛰니 통탄스러움을 가누지 못하여, 사졸을 독려하고 명령하여 일제히 공격하니 적의 무리를 크게 격파하여 총에 맞아 죽은 자가 백여 명이고 생포된 자가 20여 명이었습니다. 그 중 10여 명은 타일러 풀어주고 그 나머지는 총살하였습니다. 5리 쯤 쫓아갔으나 그때 마침 눈바람이 크게 일어나고 또 황혼으로 밤이 가까워 즉시 회군하여 진영을 쉬게 하였습니다. 19일 강진읍(康津邑)에 도착하여서 또 민간의 병사가 생포한 15명을 모조리 총살하였습니다. 또 해남읍(海南邑)을 정탐하니 비류 수천 명이 진을 치고 날뛴다고 하므로 당일 진시 경에 해남으로 진군하였습니다. 뒤를 이어 일의 상황을 차례로 급히 보고할 계획입니다.

제(題): 연일 크게 이겨서 비록 대단히 통쾌하나 놓친 비괴가 여전히 날뛰고 있으니 병사들의 수고가 매우 안타깝다. 마땅히 사유를 갖추어서 위에 보고하여 전달할 것이다. 장흥·강진이 혹독하게 피해를 입었으니 몹시 통탄스럽다. 해남에 모여 있는 비류도 역시 이미 도망하였을 것이니 절절이 통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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