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3일 전라 병사에게 보내는 문서 [十二月初三日 移文 全羅兵使)
순무선봉진에서 살피는 일입니다. 지난 달 30일에 본 부대가 천원역(川原驛)에 주둔하였는데 전적(全賊, 전봉준)이 입암산성(笠巖山城)으로 피하여 숨었다는 소식을 듣고 군관과 관군을 동원하여 쫓아가 체포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돌아와 보고한 내용에 전적이 이미 기미를 알고 도주했으며 다만 그의 별장(別將)과 진속(鎭屬)만이 있기 때문에 자세히 사실을 물으니 전적이 과연 전날 밤에 와서 자고는 경군(京軍)이 행진하여 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식사를 한 후 곧 도주하였다고 합니다. 소위 별장이라고 하는 자는 당초 행진소(行陣所)에 몰래 통보도 하지 않고 적과 함께 먹고 자고 성문이 있는 곳까지 가서 보냈다고 합니다. 이 일은 그를 당장에 잡아 와서 적을 엄호하고 또 불고지율(不告之律)로 시행해야 하지만 참작할 일이 있어 아직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또 듣건대 백양사(白羊寺)로 도주하여 숨었다고 전하는 자가 있기 때문에 군관(軍官)과 경병(京兵), 그리고 일본군 병사를 파견하였습니다. 돌아와 보고하는 내용에 “전봉준[此賊]이 그믐날 이 절에 피하여 있다가 초 1일 오전에 입암산성에 있는 어느 놈의 통지를 듣고는 점심을 먹지 않고 곧바로 담양 등지로 도주하였다”고 합니다.
소위 산성 별장은 비록 진장(鎭將)이지만 직책이 방어하는 데 있거늘 역적놈을 숨겨 두고 처음부터 보고하지 않았으며, 또한 진속(鎭屬)이나 진민(鎭民)을 단속하지도 않아 짜여진 기밀을 누설시키는데 이르렀으니 전후를 헤아려 보면 죄가 군율에 합당합니다.
본진(本陣)은 아직 정해진 곳이 없어 그를 압송하여 조사하지 못하고, 또한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기에 급히 결단하지 못하고 이에 공문을 보냅니다. 귀영≪전라병영≫에서 그 별장을 체포하여 엄하게 그 사유를 조사한 뒤에 즉시 공문에 답하고 조처해야 할 것입니다. 또 사리로 말하면 이미 주력 부대가 경내를 진압한 줄을 알면서도 진수(鎭守)의 책임자가 되어 처음부터 와서 나타나지도 않았으니 하나하나 통탄하고 놀랄 일입니다. 끝까지 조사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