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전주 조촌면 와룡리 동민들에게 전달한 훈령[傳令全州助村面臥龍里洞民等 十六日]
다음 훈령은 알리기 위한 것임. 현재 비류(匪類)가 창궐(猖獗)하고 사학(邪學)이 치성(熾盛)하므로, 생민(生民)이 미혹되는 것은 거의 빠진 마을이 없을 지경이다. 오직 이 동네만은 백도사(白都事)-백낙완(白樂浣)-의 진무(鎭撫)와 안집(安戢)의 영향을 입어 본심을 가지고 옛 관습을 지키어 죽는 날까지 사도(邪道)에 물들지 않았으니, 가위 ‘십실충신(十室忠信)’이라, 듣기에 매우 가상하다. 그러나 혹심하게 표략(摽掠)을 입어 탕석(蕩析)의 지경에 이렀다고 하니, 더욱 긍측(矜惻)하는 바이다. 그런데 가차 없이 소탕을 가하는 이 때에 일본군과 경군(京軍)이 만일 당해 동네를 지나가면 옥석이 구분되지 못할 염려가 있을 듯싶다. 그래서 이에 효유하니, 이 훈령을 가지고 군진 앞으로 달려가서 고함으로써 마음 놓고 편안히 살 수 있도록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