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은진과 논산에 게시한 방문[榜示恩津論山 十一月卄二日]
오늘 대진(大陣)이 이곳을 지나가는 것은 추포(追捕)하기 위함이 아니라, 곧 안집(安戢)시키지 위함이다. 그런데 이처럼 즐비한 가호(家戶)들을 보니, 열 집에 열 집이 몽땅 다 비어있는 것으로 볼 때 죄가 있든 없든 모두 흩어진 것이다. 정상을 생각하면 매우 참혹하고 측은하다. 그 중에 범죄가 역적에 해당된 자는 자연 법을 적용할 날이 있을 것이나, 그 밖에 강제로 울면서 따르는 자에 대해서는 어찌 치죄하지 않는 법이 없겠느냐? 이후로는 멀고 가까운 곳의 도피한 자들이 서로 전해주고 집집마다 설득시켜서 즉시 안도하고 본업으로 돌아가게 하라. 만일 머뭇거리며 관망하고 일부러 피하는 자가 있거든 당장 지방관으로 하여금 집집마다 낱낱이 조사하게 해서 응당 비도(匪徒)에게 적용하는 법률을 베풀 것이다. 그러니 조금도 의심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즉시 모두 안도하고 중죄에 걸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