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서산군수가 첩보합니다.
24일부터 25일 진시(辰時, 오전 7~9시) 무렵까지 적을 항거한 연유는 이미 치보하였거니와, 적과 서로 싸운지 이미 이틀이 되었는 데도 조금도 물러갈 뜻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관(隊官)인 윤영성(尹泳成), 백낙완(白樂浣)과 함께 병정을 나누어 거느리고 세 갈래 길로 협공하여 서로 싸운 지 반나절에 이르러 수십 명의 적을 포살(砲殺)하였더니, 적이 비로소 퇴각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승세를 타고 추격하여 대포 2좌(坐) 및 총, 창, 화약, 깃발 등을 탈취하였습니다. 그러나 적은 사방으로 흩어져 높은 봉우리와 정상으로 도피하였습니다.
겨우 적을 격퇴시켰을 때에 ‘달려가 선봉진(先鋒陣)을 지원하라’는 영칙(令飭)을 삼가 받고 즉시 대관인 백낙완으로 하여금 1소대 병정을 거느리고 가게 하였는데, 그들 또한 이미 적당을 격퇴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적들은 현재 지척의 산 정상에 펼쳐져 있습니다. 반면에 군수가 거느린 병정은 지금 4주야를 싸우느라 잠시도 휴식할 겨를이 없었으므로, 힘이 다 빠져서 적진에 임하면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니, 송민(悚悶)함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오직 처분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그 연유를 첩보해야 하겠기에 이상과 같이 첩정하오니 삼가 청하옵건대 살펴서 시행하옵소서. 첩정한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과 같은 첩보를 선봉진에 올립니다.
개국 503년 10월
이와같이 연일 쉬지도 못한 군대를 가지고 이렇게 연이어 승리하였으니 군사의 마음을 생각하건대 어찌 탄복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병력이 부족하여 잠시 기세가 꺾여 진멸시키지 못한 것이 통탄스러운 일이다. 또한 각 소대가 방어를 교체하는 것은 곧 돌보아주는 최고의 관건이지만 각 부대가 도착하지 않았고, 현재 그곳에 있는 각 부대를 보면 각각 방어하는 책임이 없지 않으며, 지금 교체하면 다만 왕래하는 폐단만 있어서 실지로 수고와 휴식의 구분이 없게 될 것이다. 이는 실로 고민스런 일로서 잠시도 거론할 수가 없다. 다만, 각 부대가 일제히 도착하기를 기다리면 마땅히 변통이 있을 것이다. 지금 대포 등의 물건은 승세를 타사 빼앗은 것이니 용기있게 나아간 군사의 실정을 볼 수가 있다. 이로써 격려하면 어찌 섬멸시키는 것을 걱정할 것이 있겠는가? 먼저 마땅히 별도로 결의를 보일 것이며, 빼앗은 물건들을 범상하게 알리는 것은 소홀함을 면치 못할 것이며 즉시 책으로 엮어 이를 다시 전해 보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7일
양호순무선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