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군통위중우참령관이 첩보합니다.
운운(云云). 이 달 14일 진시(辰時, 오전 7~9시) 무렵 선봉(先鋒)과 대진(大陣)이 동시에 출발하여 참모관(參謀官) 권종석(權鍾奭), 별군관(別軍官) 유석용(柳錫用)·이지효(李志孝)·황범수(黃凡秀)·이주서(李周瑞) 등과 더불어 유시(酉時, 오후 5~7시) 무렵에 용수막(龍水幕) 30리(里) 지점에 도착하여 머물렀고 선봉진(先鋒陣)은 공주(公州)로 돌아가 주둔한 뒤에 일본 대위(大尉)의 진(陣)과 더불어 각기 안배(安排)를 정하였습니다.
해시(亥時, 오후 9~11시) 무렵 왠 비류(匪類) 4명이 검과 창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일본 대위의 지시에 따라 참모관 권종석, 별군관 유석용 등을 이인(利仁)에 보내 주둔시켰습니다. 장위영진(壯衛營陣)이 그들로 하여금 노성읍(魯城邑) 서쪽 길로부터 곧장 취하여 들어가도록 하였고 일본 대위의 군진은 노성의 봉수(烽燧) 뒷길을 따르고 본진(本陣)은 경천(敬川) 길을 따라 곧장 노성읍의 동쪽 길로 들어가, 모두 세 도로를 통하여 자시(子時, 오후 11시~오전 1시)에 출발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그래서 상지소(相池所)가 가기를 기다려 이들 세 대진(隊陣)이 일제히 도착해서 제때에 출발하여 곧장 노성의 동쪽 길로부터 적이 숨어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니, 날이 밝았습니다.
이른바 모여 있다는 적들은 잠잠하여 아무도 없는 듯하여 도리어 의아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포를 쏘아 응하였더니, 봉수(烽燧)의 뒤를 따라오는 일본 군병과 서쪽 길로 나아가던 장위진(壯衛陣)이 일제히 향응(響應)하였고 두 길로 달려오는 형세가 마치 산악(山嶽)과 같았습니다. 함께 노성읍에 나아가 사방으로 흩어져 적들을 뒤쫓아가 붙잡았고 각 진(陣)이 붙잡는 대로 약간을 총살(銃殺)하였습니다.
이들 비류가 논산(論山) 등지로 달아났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길을 나누어 뒤쫓아 달려갔습니다. 과연 대촌(大村) 뒤쪽의 원봉(圓峰) 위에 잡기(雜旗)를 벌려 세우고 간간이 포(砲)를 쏘는데, 보기에도 매우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병정과 대관(隊官), 참모관, 군관 등을 감독 신칙하여 온힘을 다해 쫓아 올라가게 하였더니, 모여 있던 약간의 적들이 거의 대부분 달아나 흩어졌습니다. 그래서 그 지역을 빼앗아 점거하고 그 잡기를 뽑아버린 뒤에 기를 휘둘러 호응하여 관군이 주둔해 웅거(駐據)해 있는 것을 알아채게 하였습니다. 또 봉수가 있는 고봉(高峰)을 바라보니, 모여 있는 적들이 있었는데 서로의 거리가 서너 리(里) 되었습니다. 승세를 타고서 일본 군병과 더불어 일제히 전진하여 함께 올라가 빼앗아서 점거한 뒤에 장위영의 대대(大隊)가 또 한쪽으로부터 뒤쫓아 이르러 힘을 합쳐 무찌르고 모조리 쫓아냈습니다. 한편으로는 포를 쏘며 뒤쫓아가 죽인 자들이 매우 많았는데, 그 수효는 자세하지 않으며, 10리쯤 전진하자 날이 이미 저물었습니다. 이에 각 진이 모두 함께 논산으로 돌아와 주둔하니, 몇 백 가호의 마을이 모두 비어있어서 보기에 걱정스럽고 참담하였습니다.
밤을 지낸 뒤에 그 이튿날인 16일에 그곳에서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바라보니, 적도(賊徒)의 형적(形迹)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그들이 곧장 호남 지역으로 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각 진이 노성읍의 길에 돌아와 주둔하고 오강촌(烏江村)서 높은 니 화약을 만드는 곳이 있고 또 거접(居接)할 곳을 설치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참모관과 별군관 등이 병정 서너 사람을 이끌고 곧장 그 집에 들어가니 화약을 만드는 기구는 모조리 부서지고 남은 잡기(雜旗)와 짚신 잡물(雜物) 따위도 모두 못쓰게 부서졌습니다.
일본 대위의 지휘에 따라 경천점(敬川店) 앞길에 주둔하면서 방수(防守)하고 있으며 각대(各隊)의 장졸(將卒)이 한 사람도 다친 자가 없습니다. 노획한 군물(軍物)과 힘을 합쳐 먼저 올라간 장졸들의 성명을 차례차례 책자로 만들어 치보(馳報)할 생각입니다. 이런 연유를 아룁니다. 운운(云云)
전봉준(全琫準), 김개남(金介南), 손화중(孫化中), 이유상(李有相), 강채서(姜采西), 오일상(吳一相), 최명기(崔命基), 박화춘(朴化春), 안성포(安城包), 상주포(尙州包) 이 외에는 따질 것도 못됩니다. 지금 초포(草浦)와 논산에 모여 있습니다.
[다음 그림은 동도(東徒)의 배치도(排置圖)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