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현감이 첩보합니다.
본현(本縣) 경내 비류(匪類)들의 거괴(巨魁) 및 얼굴빛만 바뀌고 마음은 바뀌지 않은 무리와 다른 경내에서 쫓겨나 몰래 숨어있는 자들을 일일이 적발하여 죽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대병(大兵)이 사방에 도림(到臨)하고 정탐하는 군교(軍校)들이 도처에 돌아다니므로, 비도(匪徒)들이 겁을 먹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잡아낼 때에 더욱 깊숙이 숨기 때문에 샅샅이 탐문하여 잡아낼 수 없을 뿐 아니라, 민심이 안정되지 않아서 또한 기탐(譏探)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현감이 몸소 마을을 다니면서 별도로 타일러 깨우치고 화복(禍福)으로 효유(曉諭)하여 그들을 안도(安堵)하게 하고 저 비류들로 하여금 모두 의심을 풀고 각자 집에 돌아가 있게 한 뒤에 때를 타서 잡아내면 빠져나간 자들이 없을 듯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비밀히 별초(別哨)를 모집하여 시각을 정해 초포(勦捕)할 무렵에 때마침 본영(本營)의 참모(參謀)가 선산(先山)에 성묘(省墓)하는 행차를 만나 몰래 좋은 계책을 내어 이달 20일 밤에 교졸(校卒)을 왁자하게 내보내서 그들 거괴 25인을 붙잡아 일일이 취초(取招)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본현 경내에 살고 있는 비류의 거괴 8명이 모두 순무사(巡撫使)의 본댁(本宅)에서 작변(作變)한 놈들이었고, 그 나머지 여러 놈들은 혹은 목천 세성산에서 쫓겨난 자들이기도 하고 혹은 임오년(壬午年, 임오군란)의 군병으로서 도망하여 왔다가 또 동학에 가입하여 숱하게 말썽을 일으킨 자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잠시라도 그 목숨을 살려두어서는 안되는 자들입니다. 만약 다시 지체하면 혹시라도 헤아릴 수 없는 변고가 생길까 염려스러워 즉시 본영의 참모와 더불어 삼가 위령(威靈)에 엎드려 한꺼번에 즉시 총살한 뒤에, 총살한 비도(匪徒)들의 책자를 수정(修正)하여 1건(件)은 순무영에 보고하고 1건은 위에 올리고 1건은 병영문(兵營門)에 보고하였습니다.
비류들이 감춰둔 군물(軍物)과 창총(倉銃)도 함께 뒤져냈으므로, 아울러 책자로 만들어 올려 보내며 연이어 탐문을 하여 기회가 있을 때마다 초포(勦捕)할 생각입니다. 이런 연유를 아울러 첩보합니다. 이와 같이 첩보를 올리니 삼가 청하옵건대 살펴서 시행하옵소서. 첩보를 올린 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과 같은 첩보를 양호순무선봉진(兩湖巡撫先鋒陣)에 올립니다.
개국 503년 11월
만일 기밀(機密)하게 계획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이와 같이 상세하게 찾아낼 수가 있었겠으며 또 어찌 잠시라도 목숨을 살려둘 수 있겠는가. 보고한 것과 처결한 것이 모두 타당하였다. 일단 즉시 전보(轉報)하겠거니와 두 책자를 올리고 나머지 패거리도 뒤이어 즉시 초포하여 그 뿌리를 뽑아내도록 할 것.
24일
양호순무좌선봉(兩湖巡撫左先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