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현령이 첩보합니다.
지금 도달된 비밀 감결 내용처럼 동도의 유명한 거물급 괴수 및 각처에서 불법을 자행하는 접주를 잡아들이는 일은 감사(甘辭)에 의하여 착실히 거행할 계획입니다.
본현은 민호(民戶)가 얼마 안된 잔읍(殘邑)인데, 비류가 처음부터 침략한 회수가 몇 차례인지 알지 못하므로 감내할 수 없습니다. 8월 이후로는 굳게 성을 지켜왔건만, 뜻밖에 지난 달 초8일 진안(鎭安), 고산(高山), 진산(珍山), 금산(錦山) 등지 각 포(包)의 동도 수만여 명이 북쪽으로부터 한꺼번에 세차게 몰려들어 진(陣)을 마주 대하고 접전하였는데, 무주(茂朱)의 접주(接主) 이응백(李應伯) 3부자가 그들 무리 수천여 명을 거느리고 동쪽으로부터 침투하여 아군의 후미를 공격하였습니다. 양로(兩路)의 적세(賊勢)가 모두 호대(浩大)해서 그를 대적할 수 없었으므로 초9일 오시(午時, 오전 11시~오후 1시)쯤에 결국 패하고 말았습니다.
아! 슬픕니다. 저 적도들은 집집마다 방화하고 곳곳마다 약탈하였으니, 전 읍이 재로 변하고 온 경내가 소탕되었는데, 화재를 입은 건물이 공해(公廨)가 44간, 민가가 4백 70호였고, 살해된 사람이 17명이었습니다. 열읍이 비류에게 화를 입은 것은 놀라지 않을 수 없으나 어찌 본읍처럼 심한 읍이 있겠습니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몹시 분통하므로 그에 대한 연유도 아울러 첩보합니다. 이와 같이 첩정하오니, 삼가 청하옵건대 살펴서 시행하옵소서. 첩정한 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과 같은 첩보를 양호순무선봉진에 올립니다.
개국 503년 12월
공사 간에 화재를 입고 인명이 살해당한 것은 비록 거쳐 간 지역에 속하나 듣기에 몹시 경탄(驚歎)할 일이다. 그러나 순영(巡營)의 조처가 있을 것이니, 화를 당한 나머지 백성들을 수습해서 무휼(撫恤)하고 단속함으로써 끝마무리를 잘하여 안접(安接)할 수 있도록 할 것.
22일
양호순무좌선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