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진 별군관 이재화가 첩보합니다.
이 달 13일 공무로 인하여 공주(公州)를 가려고 석양에 정읍(井邑) 천원역(川院驛)을 지나가면서 보니, 모르는 놈 6,7명과 여노(女奴) 2명이 술잔을 어지럽게 나누며 희학질을 하고 있었으므로, 주민들은 겁이 나서 사방으로 도피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사실을 조사하여 심문하였더니, ‘본읍에 사는 소위 김평창(金平昌)이란 자가 작년 봄에 수의(壽衣)를 비류(匪類)에게 빼앗겼기 때문에 지금 그것을 찾으려고 어느 마을, 어느 집을 물론하고 짐작이 가는 대로 찾고 있다’고 칭하고, 또 ‘돈을 비류의 괴수인 박원집(朴元集)에게 빼앗겠다’고 하면서, 그런 이유를 가지고 돈 32냥을 주민에게 토색하면서 무례하게 폐단을 일으켰습니다.
그 때문에 김평창의 하인으로서 중로(中路)에서 작폐한 놈 여섯 명 중 세 명을 본읍에 잡아 두고, 그 나머지 세 놈 및 여노 두 명은 잡는데 실패하였으며, 위의 돈 32냥도 본읍 원에게 맡겨 두었습니다. 소위 ‘박원집’이란 자는 거물급 괴수인 최경선(崔京先)의 외숙인데, 전후에 걸쳐 작폐한 것은 단지 한 읍 사람만 다 아는 사실이 아니라, 한 도의 인민들이 모두 ‘죽여야 된다’고 말하는데, 본읍 원은 겨우 형장(刑杖) 한 번 치고 곧 놓아 보냈습니다. 일을 이렇게 처리하였으니, 경악을 금할 수 없으므로 그에 대한 연유를 첩보합니다.
이와 같이 첩정하오니, 삼가 청하옵건대 살펴서 시행하옵소서. 첩정한 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과 같은 첩보를 양호순무좌선봉소(兩湖巡撫左先鋒所)에 올립니다.
개국 504년 정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