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12월 2일 성하영(成夏永)이 보낸 편지
오랫동안 문안 인사가 끊겨 마음이 슬프고 괴로워서 어찌 견딜 수 있겠습니까? 눈이 오고 추운 때에, 피로한 뒤 지내시는 형편에 손상은 없으신지요. 전주에 주재할때 완성(完城, 전주성)을 회복했다니 매우 다행스러운 줄 알겠습니다. 그러나 비류(匪類)가 근래에 어느 곳에 있고, 대진(大陣, 본진)도 어느 지방으로 토벌하러 가려고 합니까? 간절히 듣기를 바랍니다. 저는 여전히 서천(舒川)과 한산(韓山) 사이에 주둔하여 여러 날 동안 돌아다니며 《적을》 잡아 이곳은 근래에 제법 안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도망간 적이 호남의 군창(群倉)에 모여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습니다. 본진이 일단 이동하면 한산과 서천에 《적이》 다시 들어올 염려가 없지 않을듯합니다. 그래서 일전에 바다를 건너 탐문을 맡겨 《적을》 도륙해야 하나 해당 진(鎭)에 첨사(僉使)가 있는데다가 중요한 관문(關門)이기에 경솔하게 처리하기 어려운 일이어서 황급히 결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 겪은 일은 지금 공보(公報, 報狀인듯)가 있으니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지금 서산(瑞山)으로 출발하여 부임할 계획이나 길이 멀고 공사(公私)간에 통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서 매우 슬프고 울적합니다. 나머지는 출발이 임박하여 이만 줄이고 편지를 올립니다.
1894년 12월 2일 관하(管下, 관할 하에 있는 부관이 상관에 대해 자신을 지칭) 성하영(成夏永) 올림.
권참모(權參謀)와 유군관(柳軍官)이 이곳에서 전주성의 진소(陣所)로 돌아가려고 하여 만류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지금 떠나보낸 뒤라서 매우 슬프고, 길이 멀고 잘 도착했는지의 여부도 마음에 걸려 걱정스럽고 한탄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