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넷 [其九十四]
보고하는 일입니다. 지난 24일에 도착한 전의현감의 보고에, “전의현 지경에 있는 비류들의 거괴와 겉으로만 고치고[革面] 속마음을 고치지 않은 무리, 그리고 다른 경내에서 쫓겨 와서 숨은 자들을 하나하나 적발하여 섬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큰 군대가 사방에 있고 기찰포교(譏察捕校)가 두루 돌아다니니 비도가 겁내지 않을 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잡을라치면 더욱 더 깊숙이 숨어 잡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민심이 안정되지 않아 기찰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현감이 몸소 마을을 다니면서 특별히 더욱 타일러 깨우치고 화를 받을지 복을 받을지는 타일러 그들로 하여금 안도하게 하며 저 비류들로 하여금 모두 의구심을 풀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서 때를 틈타 체포하면 빠뜨리는 자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비밀리에 별초군(別哨軍)과 모의하여 기한을 정해놓고 잡으려 하였습니다. 그때 마침 본영의 참모가 성묘하러 온 길에 비밀리 계책을 짜내어 이달 20일 밤에 대대적으로 교졸(校卒)을 출동시켜 비류들의 거괴 25인을 잡았습니다.
그들을 일일이 문초해보니 전의현 경내에 사는 비류들의 거괴 8놈 모두가 순무사의 본가에서 변을 일으킨 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놈들은 세성산에서 쫓겨난 자들, 또는 임오군란 당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쳤다가 다시 동학작경(東學作梗)에 들어가 한없이 못된 짓을 한 자들인 까닭에 한시라도 그 수령(首領)들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다시 지체한다면 무슨 변고가 생길지 염려되어 즉시 본영의 참모와 함께 삼가 위령(威靈)에 의거하여 모두 즉시 포살하였습니다. 포살한 비도의 성명을 책자로 엮어 올리며 비류들이 숨겨둔 군물 일체도 찾아냈기에 아울러 책자로 만들어 올립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책을 베껴서 순무사께 올리는 연유의 일입니다.
제(題): 거괴를 체포하고 포살했다니 혹 변고가 생길까 염려된다. 각별히 자세하게 살필 것이고 만든 책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