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여섯 [其九十六]
보고하는 일입니다. 호연초토사(湖沿剿討使)의 보고에 의하면, “순무사께서 전령하신 가운데 내용을 간추리면, ‘방금 별군관 이창식(李昌植)이 백성들에게 행패를 부린 작태를 들으니 몹시 통탄스럽다. 그곳 진영으로 잡아와서 바로 문초하고 가둔 다음 보고하라’고 하신바, 전령이 도착하면 즉시 조사하여 보고하기 위하여 그에게 와서 대기하도록 통지하였으나 내포(內浦)의 어느 곳에 머물러 있는지 알 수 없어 시행하는 일이 자연히 지체되었습니다”라고 합니다.
지난달 25일에 작성하여 이달 초 8일에 도착한 별군관 이창식의 보고 내용에, “이달 13일에 태안(泰安) 백화산(白華山)에 비류들이 모여 진을 친 일을 급히 보고할 때에 거두 유규희(兪圭熙)·최성서(崔聖西)·최성일(崔聖一)·안순칠(安順七)·피만석(皮萬石) 등 다섯 놈은 죄상을 열거하고 잡아서 상부로 압송하였거니와, 태안 및 이 경내에는 비록 비류들이 모여 있지 않았으나, ≪동학농민군의≫흉화(兇禍)를 당하여 온 읍의 백성들이 생업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에 즉시 각 면리(面里)에 지시하여 각자 집으로 돌아오게 하였으며, 민심을 수습하고 습성을 고쳐 귀화케 하여 각자의 생업에 안주하도록 하였습니다.
변을 일으킨 거괴는 일일이 체포하여 법대로 처치하고 어지간한 수종자(隨從者)들은 경중을 가려 별도로 징계하고 풀어주었습니다. 죄인의 목록은 책을 만들어 올리거니와 괴수들을 섬멸시켜 다시는 싹이 나지 않도록 계속해서 뒤쫓아 잡을 때에 일자가 절로 어긋나고 더뎌져서 시행됨이 극히 죄송하고 민망스럽습니다. 이런 사정을 아울러 보고하니 처분해 주십시오”라고 하였습니다.
같은 날 연이어 도착한 지난달 26일에 작성한 이창식의 보고 내용에, “분부를 받고서 이 읍에서 군대를 머물게 한 뒤에 변을 일으킨 거괴를 잡아 처형하고 그들을 뒤따르던 여러 사람 중에 죄가 의심스러운 자들은 징계하고 풀어주었습니다. 번거롭게 하나하나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그 중에서 괴수 안순칠의 진술에 따라 동참했다는 유상희(柳相喜)를 바로 군사를 동원하여 체포하였으나 유상희가 진소(陣所)로 미처 이르기도 전에 초토영으로부터 유상희를 놓아주라는 전령이 도착하였기 때문에 즉시 놓아준 사유를 초토영에 보고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교(題敎)한 내용에, ‘체포하는 일과 토벌하는 일은 각각 관장하는 곳이 있을 뿐더러 토벌하는 군대가 체포하는 일을 한다면 더욱 마땅히 공명정대해야 하거늘, 여러 읍을 돌아다니며 병사를 풀어 놓아 약탈을 하니 난리를 겪은 백성들에게 다시 이따위 소요를 당하게 한 것이며 게다가 침탈을 당한 백성들은 유독 넉넉한 집이었으니 그들이 옥을 소지한 죄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 행진하는 군대를 통제함에 있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진실로 군대의 기율로써 논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 우선 용서할 것이니 제교가 도착하는 대로 회군하여 진영으로 돌아오고 군대의 기율을 거듭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유상희를 중도에서 방환하여 살려준 일개의 사건은 조금이라도 있을 수 없으며, 백성들을 약탈했다는 말씀이 있으니 만약 잘못 염탐한 단서가 아니라면 틀림없이 모함한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죄인을 쫓아가 잡을 때에는 각 마을의 유막(儒幕)에서 잡아 바치는 대로 경중을 분별하여 법으로 처분할 뿐이며, 간혹 어쩔 수 없어 군대를 동원하여 잡을 경우에는 먼저 병사들에게 엄하게 신칙하여 백성들을 침해하는 행위를 단속하고 게다가 몰래 염찰하여 못된 짓을 막으려 하지만, 가령 아래에서 못된 짓을 범하려고 든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일의 체모를 말한다면 행군하는 부대가 신속하게 왕래하는 것은 마땅한 군례(軍例)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군대가 머무를 적에, 부로(父老)와 아이들이 모여들어 씨를 뿌리면 씨가 나는 염려가 있어서인지 움직일 때마다 만류하여 마음대로 이동할 수가 없었고 심지어 길을 막고 거리를 메우고 울면서 ‘신관(新官)의 부임이 며칠 사이에 있을 것 같으니 신관이 부임해오면 교대하여 출발해야만 우리의 성명을 보전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여러 복잡한 상황에 관계되고 참으로 사정(私情)에 걸려 또한 뿌리치기 어려웠으니 즉시 출발하지 못한 것은 진실로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도착한 해당 진영의 제교(題敎)가 이와 같이 엄중하니 어찌 송구함을 이기겠습니까? 이제 장차 백성을 효유하고 군대를 거느리고 출발할 것이며 이런 사정을 우선 급히 보고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같은 날 서산에 사는 백성들이 같이 올린 소장에, “이제 통위영 군대가 만약 출발하여 행군해 가면 온 경내의 백성들은 의지할 바를 잃게 됩니다. 본 군에서 신관의 부임이 하루 이틀 사이에 있을 듯하니 우선 머물렀다가 교대하고 출발하라고 죽기를 무릅쓰고 만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초토영으로부터 어찌하여 그렇게 못하는 사단(事端)이 있는지 밤을 가릴 것도 없이 출발하라고 지시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굳게 붙잡고 이렇게 한 소리로 우러러 호소합니다”고 하는바, 그 날짜를 따져보니 이미 출발하였을듯하나 그 시행하는 일로 보아 약간 늦춰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순무사께서는 참작하여 처분해 주십시오. 책을 만들어 등서하여 순무사께 올리는 연유입니다.
제(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