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말씀을 드릴 것은, 이달 17일에 우수영(右水營)에 도착한 연유는 이미 편지로 보고를 해서 받아보셨으리라 여겨집니다. 본영(本營), 우수영은 연해(沿海)의 요충지에 있고 분명히 비록 영문(營門)이더라도 피폐한 〈정도가〉 매우 심하고, 또 흉년을 만나 백성이 지탱하기가 어려운 때에 지난여름과 가을 이후로 비도가 3~4차례 출몰(出沒)하여 영하(營下), 영내에 억지로 들어온 자가 많아 모양새를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수사(水使)가 힘을 다해 방책을 〈세워〉 그들을 귀화시키고, 수성군(守城軍)을 다시 만들어 지금까지 〈성을〉 보호하였으나, 해남과 무안 등지의 비도가 〈성을〉 함락시켜 도륙하려고 해서 지금 절박하고 위태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저희 진(陣)이 마침 여기에 도착했을 때에 비록 〈비도를〉 토벌하는 일은 없었으나, 인심이 저절로 진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몇 명의 유명한 거괴가 섬으로 도망을 가서 드러나는 상황은 아직 특별한 정형(情形)은 없으나 해남과의 거리가 70리가 되어 연달아 일의 기미를 탐문해보았더니 모여 있는 부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무안의 비괴(匪魁)와 속이 연결된 자이기 때문에 본관(本官), 해남의 수령을 위협하여 명령을 시행하지 못하게 된 지도 여러 달이 되었습니다. 어제 병사를 파견하여 〈그곳에〉 주둔해서 〈적을〉 탄압하게 하였고, 선봉(先鋒)은 본영(本營), 우수영의 수성군을 인솔하여 영하(營下)에 주둔했으나 아직 나가서 주둔한 이후의 일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겉모습으로 본다면 수영(水營), 우수영과 해남에 비록 현재 모여 있는 적이 없더라도 거괴라고 하는 자들은 모두 도망을 했고, 법망에서 빠진 각 읍의 적들은 연해의 여러 섬들에 숨어있습니다. 경군(京軍)이 일단 철수하면 그 형세는 때를 타서 모여들어 몽정(夢廷)의 피해가 반드시 이 영(營), 우수영과 해남에 먼저 이르고, 만약 이런 지경이 되면 관(官)과 민(民)이 남지 못하게 되며 연해의 각 읍에도 차례대로 해를 입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귀하의 진(陣)과 경군(京軍)은 갑자기 군사를 돌려서는 아니 됩니다. 또한 여러 달 동안 주둔하기가 어려우면 지금의 계획으로는 섬의 적을 모두 죽인 뒤에야 소탕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바람이 〈세차서 파도가〉 높은 이때에 이르러 저희 나라 배로는 띠울 수가 없습니다. 현재 목포에 있는 귀국(貴國)의 기선 2척이 군함은 아닌듯하나 만약 귀하가 지휘하여 다시 귀하의 병사 몇 대를 파견하고, 저희 진중의 병사가 이 기선에 타서 힘을 합해 5~6개 섬에 모인 비도를 토벌한다면 나머지의 섬은 번거롭게 군대를 〈동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안정될 것입니다. 그래서 감히 저의 어리석은 견해를 말씀을 올리니 헤아려보시고 아울러 하교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나. 수영(水營), 우수영과 해남에는 아직 모여 있는 적이 없습니다.
하나. 각처의 거괴가 군기(軍器), 무기를 각자 가지고 섬에 모두 들어가서 무리를 이뤄 모여 있습니다.
하나. 섬의 적을 만약에 토벌하지 않으면 연해의 각 영과 읍이 반드시 차례대로 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하나. 저희 나라의 배는 파도가 높아 운행할 수 없으나 만약 귀국의 기선을 얻는다면 〈적을〉 토벌할 수가 있습니다.
하나. 귀국의 병사와 저희 병사를 파병하여 기선에 함께 타서 힘을 합쳐 〈적을〉 토벌하기를 바랍니다.
하나. 목포에 지금 귀국의 기선 2척이 있습니다.
하나. 이후에 비도의 사정을 연이어 보고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