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시(申時), 오후 3시~5시와 술시(戌時), 오후 7시~9시에 도착하여 받은 귀 관아의 2차례 공문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본진(本陣)은 어제 천안(天安)에 이르러 묵고 떠나려고 했으나, 일본군과 오늘 오시(午時), 오전 11시~오후 1시에 만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출발이 지연되어 우선 지적해서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유성(維城, 維는 儒의 오기)・경천(敬川)・은진(恩津)・노성(魯城)사이에 비류(匪類)가 출몰하여 예측하기가 어려운데, 다만 전진하여 그들을 빨리 토벌하려고 합니다. 장위영(壯衛營)과 경리청(經理廳) 2개 진(陣)이 중도에 주둔하여 아직 호응할 계산이 없고, 또 군량(軍糧)을 생각하면 반드시 궁색할 일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하영(成夏永)이 인솔하는 진(陣)은 우선 귀영(貴營), 충청 감영에 가도록 지금 지시하였으나, 이두황(李斗璜)이 이끄는 진이 함께 〈충청 감영에〉 간다면 오히려 쫓기는 폐단이 없지 않아 유성으로 나아갔습니다. 정말로 귀영(貴營)의 계산대로 감성(紺城)의 입구에 진주(進駐)하게 해서 〈상황〉 변화를 보아 기미에 따른다면 호남의 비도가 밀고 올라오는 근심을 막을 것입니다. 혹시 고립될 염려가 있어 귀영의 지휘를 기다려서 대적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반드시 귀영에서 상세히 기미를 탐문하여 〈병사를〉 내어 구원하고, 군량도 편리하게 지급하여 군색함을 겪는 폐단에 이르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장위영과 경리청의 2개 진을 지금 조정(調停)한다면 귀영의 급박함은 따라서 풀어질 것입니다. 만약에 시급한 변고가 없다면 본진이 모두 도착하기를 기다려 잘 헤아려서 군수(軍需)를 조달하는 것이 편리한 데에 부합될 듯하니 이것을 살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