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11월 20일 하관(下官) 김병돈(金炳塾)이 보낸 편지
병정(兵丁)이 돌아가는 편에 올린 편지는 받아보셨으리라 여겨집니다. 갑자기 추워지는 《이 때에》 지내시는 형편이 매우 편안하신지를 몰라 그립습니다. 《상관(上官)의》 행차(行次)가 출발했다는 소식을 삼가 들었으나 어느 곳으로 향해 행진했는지를 몰라 죽을 지경입니다. 군수성책(軍需成冊, 군수 물자를 적은 장부)은 진실로 바로 이어서 보고해야 하나 매일 어수선하여 정리할 틈이 없었습니다. 지금에야 10일 이전의 것을 적어 올리니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더구나 쓴 것이 너무 많아 지나친 듯합니다. 그러나 입하(入下, 덜어냄)할 수 없는 것까지도 모두 줄이고 보고할 계획입니다. 이것을 헤아려주시고 반드시 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11일 이후부터는 차례대로 보고할 계획입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살펴서 보아주시기를 바라며 편지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