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순이 보낸 편지
한산(韓山)의 일은, 정장(呈狀)하여 관직을 그만두기를 요청했으나 다시 봉함(封緘)하여 보냈습니다. 그 뒤에 한산 수령이 외무대신(外務大臣)에게 부탁하여 병으로 그만둘 것을 거듭 부탁하기에 어쩔 수가 없어 계(啓)를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경계를 받으니 도리어 더욱 한탄스럽습니다. 어제 찾아주신 것이 아직도 위로가 됩니다. 밤사이에 영감께서 지내시는 형편이 좋으신 것을 아니 기쁩니다. 지금 겪은 것을 보면 직무를 그만두고 글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일에 있어 전처럼 주선해야만 합니다. 본래 분주하게 애쓰는 직임이 아니어서 앉아 말을 하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바로 기말(記末) 제순(齊純, 박제순) 올림.